우리나라 금융업 전체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물론 금융업 구조조정은 우리나라만 겪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80년대 정부주도하에 강력히 추진된 적이 있었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해 살아난 금융기관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종합
금융기관으로 거듭났다.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지혜가 필요한 때다.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금융구조조정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뱅크"로 거듭 날 수 있을 것
이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주식투자하는 곳"쯤으로 알려졌던 증권업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업종의 특성상 증권업은 부실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또 증권업은 전세계적 흐름의 하나인 "투자은행화"에 가장 근접한 금융기관
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지향하는 몇몇 대형은행이 증권업 진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투자은행으로의 성공적 변신이 글로벌뱅크로 우뚝
서는 지름길임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경제심리가 매우 불안해지면서
금융자산이 증권사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상품수탁고가 20조를 넘는 증권사도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업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투자자의 예탁자산에 근거해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자산
종합관리계좌제도"가 조만간 도입되면 증권사들은 명실상부한 투자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 파괴와 금융권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증권업이
낭중지추의 저력을 발휘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선진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데
증권업계가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 김재홍 쌍용증권 부사장 KJH@ssyisc.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