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를 현대그룹이 인수하게 된데 대해 국내외 증권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실사과정이 남아있는데다 아직도 포드가 인수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미련이
채권단이나 정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연 증시가 지난 1년여동안 괴롭힘을 당해온 기아차 망령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있을까.

국내외 증권전문가들은 이번 낙찰결과를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이와관련해 해외펀드매니저, 자동차담당분석가
등과 긴급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 델 릭스 ABN암로 아시아증권 영업담당이사 =현대그룹이 낙찰자로 결정돼
장기적으로 한국의 자동차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2사체제로 정착돼 중복 및 과잉투자부문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대가 생산라인을 합치거나 폐쇄시켜 실질적인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나름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증시도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들도 최악의 악수는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 빌 헌세이커 ING베어링증권 조사담당이사 =포드자동차가 인수하는게
가장 바람직하고 손쉬운 처리방식일 것이다.

새로운 외자가 들어오는데다 대외신인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국내 업체인 현대로 낙찰돼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현대로서는 R&D분야에서 어느 정도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겠으나 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자금압박까지 받게 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기아차 생산시설처리와 현대노조 기아차노조의 반발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포드가 인수하길 내심바랐던 채권단과 정부가 낙찰결과를 1백%수용하느냐도
문제다.

아직 증시가 기아차 망령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 장충린 대우증권 조사부팀장 =현대가 최종 인수하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가 부품업체들의 매출채권(약 4천억원)상환 기아.아시아차 주식
매입자금(약1조1천억원)부담을 져야 하지만 그래도 삼성 대우보다는 유리
하다.

최선책은 역시 포드가 인수하는 것이다.

포드가 일본 마쓰다자동차를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마쓰다에 대한 대규모 인원정리가 없었고 오히려 신규 R&D투자에 집중,
신제품을 내놓았으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기아차주주인 포드의 입장과 양사의 상호제휴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일단 국내업체 낙찰에 대한 실망은 이날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본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