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석학/전문가 진단 (6.끝) 최우석 소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IMF위기가 한국경제의 구조와 제도적 결함
이란 병이 고황에 든 것이라고 진단한다.
더욱이 이번 위기는 과거 오일쇼크등 경제위기와는 폭과 깊이에 있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그의 처방은 희망적이다.
그는 "IMF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강조한다.
IMF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낡은 경제의 틀과 비효율의 체질을 바꿀수
있는 찬스란 점에서 그렇다.
이번 IMF 위기 극복이 당장의 위기해소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창조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졸속과 과욕은 금물이라고 들려준다.
최 소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행동강령으로 "한국적 시장경제의 틀"을 만들
것을 제시한다.
또 개혁 의욕에 불타는 사람들은 많아도 냉철한 전문가가 적다며 세계표준
에 걸맞은 인적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
[[ 특별기고 : 한국경제 ]]
IMF 사태는 1,2차 오일쇼크에 이어 한국경제의 세번째 위기라고 볼수 있다.
3대 경제위기중 이번이 가장 심각하다.
1,2차 오일쇼크도 당시엔 앞이 안보일 정도의 위기였지만 본질적으로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이번은 위기가 지나가도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각변동을 겪게
되어 있다.
1,2차 오일쇼크와 이번 위기는 각기 다른 요인으로 일어났지만 공통요인이
많다.
세계 조류에 너무 무지했던 것, 호황 뒤에 위기가 온 것, 바깥 요인으로
촉발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호황때 제대로 절제를 못해 몸집이 크게 불어나면서 체질이 약해지고
거기에 외부 충격이 오면 취약구조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다.
이번 IMF 위기도 95년 반도체 호황 뒤에 온 것이다.
반도체 등의 특수경기로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했고 한국경제는 한껏
팽창했다.
이때 아시아 통화위기가 엄습하여 한국경제는 부풀대로 부푼 풍선이 터지듯
세번째 추락위기에 있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과거와는 폭과 깊이에 있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
일시적 경기후퇴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구조적 결함, 제도 피로가 몽땅
드러난 것이다.
대외여건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
우선 금년 예상 성장률 마이너스 6%는 사상 최저다.
처음 외환위기로 시작된 것이 신용,실물 위기로 확산되어 경제전반의 실속
우려까지 낳고 있다.
지금은 어려울뿐 아니라 전망도 불투명하다.
수출 증가율이나 설비투자, 민간소비 모두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행진이다.
과거엔 위기 때도 경제의 역동성은 유지되었는데 이번엔 그것마저 쇠잔해
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겪는 디플레 현상이 무기력 경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인플레도 무섭지만 디플레는 더 무섭다.
장기불황의 조짐이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IMF 처방에 의한 신속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은 시나리오대로 안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고질이 생각보다 깊었던 것이다.
기업의 부채구조, 금융과 공공부문의 비효율, 노동부문의 경직성이 쉽게
고쳐지지 않게 되어 있다.
또 경제구조조정을 위한 전략과 결단, 행동도 미흡하다.
절박했던 외환사태가 고비를 넘기니 비상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콘센서스와
리더십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사실 국내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1차 오일쇼크가 중동특수, 2차 오일쇼크가 3저 호기라는 외부환경의
획기적 개선에 의해 극복되었듯이 이번 IMF 극복도 바깥 사정이 큰 변수다.
IMF 사태가 바깥 변화에 대한 서툰 대응에서 온 것이지만 IMF 해결도 바깥
에서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자력갱생하기는 당분간 어렵게 되어 있다.
빚이 너무 많아 IMF 사태를 맞았는데 빚 다 갚으면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리다.
작년만 해도 한국이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고 수출을 늘려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보았으나 금년 들어 비슷한 나라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그것도
어려워졌다.
세계 경제의 큰 구도변화 위에서 풀어야 한다.
최근 그런 움직임이 약간 일어나고 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의 개편론이나
부채일괄 탕감론, 아시아 통화기금논의, 일본의 미야자와 플랜 등이 바로
그것이다.
3백억달러의 미야자와 플랜 외엔 아직 논의 단계지만 이런 세계적 움직임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금 안으로 야단치고 채찍질하는 것에 못지 않게 바깥 환경을
호전.선용시키는데 더 애를 써야할 것이다.
과거 1,2차 오일쇼크 때의 경우를 보면 바깥에서 찬스가 오고 그것을 잘
잡아 몸으로 때우면서 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이번은 훨씬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이번 IMF 사태가 세계표준과는 다른 한국적 시스템의 비효율과 취약성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경제틀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 때문에 요즘 개혁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데 민주주의를 하면서 개혁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개혁의 고통이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개혁 의욕에 불타는 사람들은 많아도 냉철한 전문가가 적다.
그러니 소리만 나고 진전이 없다.
지금의 경제난 극복은 경쟁력의 획기적 제고와 많은 외자유치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걸 위해선 한국의 낡은 시스템을 깨뜨려 부셔 세계 표준에 접근시켜야
한다.
그것이 개혁이고 그 방법에 있어 고도의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서둘러 소뿔 고치려다 소 죽이는(교각살우) 사태가 일어나도 안되고
추진력을 잃어 중도에 용두사미가 되도 안된다.
또 미국식 시장경제가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 현실과 너무 유리되어선
곤란한 일이다.
시장경제로 방향을 잡되 지금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하다.
지금 당장 국제표준을 실천하기보다 그렇게 되는 스케줄을 짜서 가시적
실천과정을 밟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현실에 맞는 한국적 시장경제의 틀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급하다.
요즘 생소한 외래 풍조 및 문물이 갑작스레 많이 들어와 곳곳에서 소화불량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는 침체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의 실속
추세를 차단하고 다시 힘찬 성장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이므로 어느 길이
거기에 가장 맞을지를 찾아야 한다.
너무 이상형을 좇다가 산업기반이 붕괴된다든지 국민경제가 종속화된다든지
많은 사람들을 자포자기시킨다든지 하는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는 언젠가 극복되겠지만 국민경제의 골격이 한번 비뚤어지면 두고
두고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IMF 사태극복에 졸속과 과욕은 금물이다.
당분간은 저성장, 고실업이 불가피하므로 저성장 시대를 사는 지혜를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무척 고통스럽겠지만 어찌 보면 좋은 찬스다.
유례없는 불황이고 위기이기 때문에 낡은 경제의 틀과 비효율적 방법을
바꿀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무슨 좋은 아이디어나 정책수단보다 근본
사고와 경제하는 방법을 바꾸는 일이다.
워낙 안팎의 정세가 격변하기 때문에 정형적인 대응책이 있을 수 없다.
유연한 사고와 기동성을 갖고 그때그때 적절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시스템 개혁의 방법이다.
개혁은 창의성과 상상력에서 출발하는데 그렇게 사고하고 일해본 경험이
적다.
실질보다 형식이 더 중시되고 개혁도 획일적으로 추진되기 쉽다.
행정개혁은 정부부처의 통폐합, 기업개혁은 빅딜, 금융개혁은 은행합병,
노동개혁은 노동법 개정 등으로 단순화된다.
궁극적 목적은 경쟁력 확보와 효율성 제고인데 본질보다 형식적 성과가
중시되는 것이다.
IMF 사태 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큰 평가를 못 받는 것은 운용면의
실질적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사안마다 유연하게 처리해 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명분과 모양보다 본질을 중시하는 작업 스타일과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부실기업의 처리에서 보듯 명분 축적을 위한 코스트가 너무 높다.
지금 경제상황은 비상시기인데 일의 처리속도는 매우 늦다.
무책임한 평론간여가 너무 많고 특혜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이다.
또 사회 분위기가 지극히 명분 중심이다.
이런 명분 중심은 쟁점의 실질적인 토의와 합의, 실천을 어렵게 한다.
초점을 다르게 맞추고서 열심히 공리공론을 벌이는 격이다.
이런 풍조 때문에 IMF 사태가 왔다고 볼 수 있지만 이의 극복 없이는 현
위기해결도 또 치열한 세계경쟁시대의 생존도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여러 제도들을 국제 표준으로 고쳐 놓아도 그것을 운용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우르과이라운드 전의 쌀 개방 논의, IMF 사태 직전의 금융개혁 논의 등을
상기해 보라.
지금도 그런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세계표준에 걸맞은 두뇌 자원의 확보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제는 열심히 애쓰는 것만으론 경제를 끌고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세계 경쟁을 할 수 있는 머리가 필요하다.
그런 머리가 있어야만 세계 경제의 신조류에 따라갈 수 있고 새 경제틀을
잘 돌릴 수 있을 것이다.
IMF 직전의 금융파동 와중에서, 또 IMF 협상 과정에서 두뇌 부족으로 인한
손실은 계산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앞으로 또 얼만큼 손해를 봐야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소프트 경제에 있어 두뇌의 차이는 치명적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이런 인적 인프라의 확충이다.
전반적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데다가 있는 자원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인적 인프라가 높아져 적재적소에서 고부가 일을 해야 경제도 고부가화가
가능하다.
또 경제의 소프트화, 메트릭스 시스템화, 네트워크화, 유연화의 길이
열린다.
하드 위주의 경직적 피라미드 시스템으로선 도저히 21세기 경쟁에서 이겨낼
수가 없으므로 유연한 두뇌를 가진 큰 용량의 인적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
이다.
인적 인프라의 확충 제고는 교육기관 특히 대학의 전면개혁을 비롯하여
사회시스템을 모두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나라 기반의 재정비를 뜻한다.
이번 IMF 사태 극복이 당장의 위기해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창조, 더 나아가 국가 재구축(Nation Building)으로 연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
이란 병이 고황에 든 것이라고 진단한다.
더욱이 이번 위기는 과거 오일쇼크등 경제위기와는 폭과 깊이에 있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그의 처방은 희망적이다.
그는 "IMF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강조한다.
IMF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낡은 경제의 틀과 비효율의 체질을 바꿀수
있는 찬스란 점에서 그렇다.
이번 IMF 위기 극복이 당장의 위기해소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창조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졸속과 과욕은 금물이라고 들려준다.
최 소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행동강령으로 "한국적 시장경제의 틀"을 만들
것을 제시한다.
또 개혁 의욕에 불타는 사람들은 많아도 냉철한 전문가가 적다며 세계표준
에 걸맞은 인적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
[[ 특별기고 : 한국경제 ]]
IMF 사태는 1,2차 오일쇼크에 이어 한국경제의 세번째 위기라고 볼수 있다.
3대 경제위기중 이번이 가장 심각하다.
1,2차 오일쇼크도 당시엔 앞이 안보일 정도의 위기였지만 본질적으로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이번은 위기가 지나가도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각변동을 겪게
되어 있다.
1,2차 오일쇼크와 이번 위기는 각기 다른 요인으로 일어났지만 공통요인이
많다.
세계 조류에 너무 무지했던 것, 호황 뒤에 위기가 온 것, 바깥 요인으로
촉발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호황때 제대로 절제를 못해 몸집이 크게 불어나면서 체질이 약해지고
거기에 외부 충격이 오면 취약구조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다.
이번 IMF 위기도 95년 반도체 호황 뒤에 온 것이다.
반도체 등의 특수경기로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했고 한국경제는 한껏
팽창했다.
이때 아시아 통화위기가 엄습하여 한국경제는 부풀대로 부푼 풍선이 터지듯
세번째 추락위기에 있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과거와는 폭과 깊이에 있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하다.
일시적 경기후퇴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구조적 결함, 제도 피로가 몽땅
드러난 것이다.
대외여건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
우선 금년 예상 성장률 마이너스 6%는 사상 최저다.
처음 외환위기로 시작된 것이 신용,실물 위기로 확산되어 경제전반의 실속
우려까지 낳고 있다.
지금은 어려울뿐 아니라 전망도 불투명하다.
수출 증가율이나 설비투자, 민간소비 모두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행진이다.
과거엔 위기 때도 경제의 역동성은 유지되었는데 이번엔 그것마저 쇠잔해
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겪는 디플레 현상이 무기력 경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인플레도 무섭지만 디플레는 더 무섭다.
장기불황의 조짐이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IMF 처방에 의한 신속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은 시나리오대로 안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고질이 생각보다 깊었던 것이다.
기업의 부채구조, 금융과 공공부문의 비효율, 노동부문의 경직성이 쉽게
고쳐지지 않게 되어 있다.
또 경제구조조정을 위한 전략과 결단, 행동도 미흡하다.
절박했던 외환사태가 고비를 넘기니 비상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콘센서스와
리더십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사실 국내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1차 오일쇼크가 중동특수, 2차 오일쇼크가 3저 호기라는 외부환경의
획기적 개선에 의해 극복되었듯이 이번 IMF 극복도 바깥 사정이 큰 변수다.
IMF 사태가 바깥 변화에 대한 서툰 대응에서 온 것이지만 IMF 해결도 바깥
에서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자력갱생하기는 당분간 어렵게 되어 있다.
빚이 너무 많아 IMF 사태를 맞았는데 빚 다 갚으면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리다.
작년만 해도 한국이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고 수출을 늘려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보았으나 금년 들어 비슷한 나라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그것도
어려워졌다.
세계 경제의 큰 구도변화 위에서 풀어야 한다.
최근 그런 움직임이 약간 일어나고 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의 개편론이나
부채일괄 탕감론, 아시아 통화기금논의, 일본의 미야자와 플랜 등이 바로
그것이다.
3백억달러의 미야자와 플랜 외엔 아직 논의 단계지만 이런 세계적 움직임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금 안으로 야단치고 채찍질하는 것에 못지 않게 바깥 환경을
호전.선용시키는데 더 애를 써야할 것이다.
과거 1,2차 오일쇼크 때의 경우를 보면 바깥에서 찬스가 오고 그것을 잘
잡아 몸으로 때우면서 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이번은 훨씬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이번 IMF 사태가 세계표준과는 다른 한국적 시스템의 비효율과 취약성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경제틀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 때문에 요즘 개혁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데 민주주의를 하면서 개혁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개혁의 고통이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개혁 의욕에 불타는 사람들은 많아도 냉철한 전문가가 적다.
그러니 소리만 나고 진전이 없다.
지금의 경제난 극복은 경쟁력의 획기적 제고와 많은 외자유치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걸 위해선 한국의 낡은 시스템을 깨뜨려 부셔 세계 표준에 접근시켜야
한다.
그것이 개혁이고 그 방법에 있어 고도의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서둘러 소뿔 고치려다 소 죽이는(교각살우) 사태가 일어나도 안되고
추진력을 잃어 중도에 용두사미가 되도 안된다.
또 미국식 시장경제가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 현실과 너무 유리되어선
곤란한 일이다.
시장경제로 방향을 잡되 지금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하다.
지금 당장 국제표준을 실천하기보다 그렇게 되는 스케줄을 짜서 가시적
실천과정을 밟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현실에 맞는 한국적 시장경제의 틀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급하다.
요즘 생소한 외래 풍조 및 문물이 갑작스레 많이 들어와 곳곳에서 소화불량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는 침체된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의 실속
추세를 차단하고 다시 힘찬 성장 궤도에 진입시키는 것이므로 어느 길이
거기에 가장 맞을지를 찾아야 한다.
너무 이상형을 좇다가 산업기반이 붕괴된다든지 국민경제가 종속화된다든지
많은 사람들을 자포자기시킨다든지 하는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는 언젠가 극복되겠지만 국민경제의 골격이 한번 비뚤어지면 두고
두고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IMF 사태극복에 졸속과 과욕은 금물이다.
당분간은 저성장, 고실업이 불가피하므로 저성장 시대를 사는 지혜를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무척 고통스럽겠지만 어찌 보면 좋은 찬스다.
유례없는 불황이고 위기이기 때문에 낡은 경제의 틀과 비효율적 방법을
바꿀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무슨 좋은 아이디어나 정책수단보다 근본
사고와 경제하는 방법을 바꾸는 일이다.
워낙 안팎의 정세가 격변하기 때문에 정형적인 대응책이 있을 수 없다.
유연한 사고와 기동성을 갖고 그때그때 적절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시스템 개혁의 방법이다.
개혁은 창의성과 상상력에서 출발하는데 그렇게 사고하고 일해본 경험이
적다.
실질보다 형식이 더 중시되고 개혁도 획일적으로 추진되기 쉽다.
행정개혁은 정부부처의 통폐합, 기업개혁은 빅딜, 금융개혁은 은행합병,
노동개혁은 노동법 개정 등으로 단순화된다.
궁극적 목적은 경쟁력 확보와 효율성 제고인데 본질보다 형식적 성과가
중시되는 것이다.
IMF 사태 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큰 평가를 못 받는 것은 운용면의
실질적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사안마다 유연하게 처리해 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명분과 모양보다 본질을 중시하는 작업 스타일과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부실기업의 처리에서 보듯 명분 축적을 위한 코스트가 너무 높다.
지금 경제상황은 비상시기인데 일의 처리속도는 매우 늦다.
무책임한 평론간여가 너무 많고 특혜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이다.
또 사회 분위기가 지극히 명분 중심이다.
이런 명분 중심은 쟁점의 실질적인 토의와 합의, 실천을 어렵게 한다.
초점을 다르게 맞추고서 열심히 공리공론을 벌이는 격이다.
이런 풍조 때문에 IMF 사태가 왔다고 볼 수 있지만 이의 극복 없이는 현
위기해결도 또 치열한 세계경쟁시대의 생존도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여러 제도들을 국제 표준으로 고쳐 놓아도 그것을 운용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우르과이라운드 전의 쌀 개방 논의, IMF 사태 직전의 금융개혁 논의 등을
상기해 보라.
지금도 그런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세계표준에 걸맞은 두뇌 자원의 확보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제는 열심히 애쓰는 것만으론 경제를 끌고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세계 경쟁을 할 수 있는 머리가 필요하다.
그런 머리가 있어야만 세계 경제의 신조류에 따라갈 수 있고 새 경제틀을
잘 돌릴 수 있을 것이다.
IMF 직전의 금융파동 와중에서, 또 IMF 협상 과정에서 두뇌 부족으로 인한
손실은 계산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앞으로 또 얼만큼 손해를 봐야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소프트 경제에 있어 두뇌의 차이는 치명적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이런 인적 인프라의 확충이다.
전반적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데다가 있는 자원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인적 인프라가 높아져 적재적소에서 고부가 일을 해야 경제도 고부가화가
가능하다.
또 경제의 소프트화, 메트릭스 시스템화, 네트워크화, 유연화의 길이
열린다.
하드 위주의 경직적 피라미드 시스템으로선 도저히 21세기 경쟁에서 이겨낼
수가 없으므로 유연한 두뇌를 가진 큰 용량의 인적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
이다.
인적 인프라의 확충 제고는 교육기관 특히 대학의 전면개혁을 비롯하여
사회시스템을 모두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나라 기반의 재정비를 뜻한다.
이번 IMF 사태 극복이 당장의 위기해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창조, 더 나아가 국가 재구축(Nation Building)으로 연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