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의 일상적인 어려움은 아직도 고통으로 남아있지만 소위 위기 상황을
넘겼다는 안도감이 생활의 여유를 갖게 해준다.

지난 1년여 여러 친지로부터 격려의 편지를 받고 어려움 극복에 위로와
큰 힘이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가로이 편지를 쓰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며
게으름을 피운 것이 못내 송구스러워 오늘 그림 같은 서신을 다시 읽으며
미안함을 달래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지루하기만했던 장마비는 걷히고 파아란 하늘에 흰 돛단배마냥 흘러가는
뭉개 구름 사이로 내민 태양 빛이 더욱 찬란하게 비치는 오후.

혼자만의 작은 공간 속에 퍼지는 그윽한 커피 향을 음미하며 사장님께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이 시간만은 여유롭고 행복합니다.

찬란하게만 보이는 태양이 저 혼자서 외롭고 뜨거움을 참는 것은 결실의
풍요를 가져다 줄 가을을 위한 것이 듯이.

어렵고 불안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의 삶 또한 어둡고 무거운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고통을 내색하지 않고 외롭게 투쟁하는 것도
훗날의 결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고난 속에 인생의 기쁨이 있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부족함과 삶의 고뇌를 느끼지 못한 인생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조차도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상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고뇌하며 땀 흘리며
걷는 지금의 험한 길이 결코 헛되지 않고 훗날 뒤돌아 본 이 시간들을
행복속에 가득 담긴 소중함으로 오래 오래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사장님! 바쁘고 힘들게 일하시는 현실을 보람으로 생각하시고 비록
회색 빛 콘크리트와 소음으로 가득찬 도시에서 맴돌아야 하는 인생살이
이지만 가끔이면 녹색 숲이 우거진 골짜기에 마음을 담그시고 때로는
이름모를 포구에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갈매기떼 호위를 받으며 귀항하는
고깃배를 연상하시면 마음은 한결 평화로워지실 겁니다.

그럼 사장님 건강에 유의하시고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기원하며
이만 난필을 놓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ijkim@kmbc.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