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각 구청마다 "10월 견뎌내기" 비상이 걸렸다.

20일 현재 남아 있는 예산으로 이날 직원 월급주고 나면 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구가 적지 않다.

기초자치단체 살림살이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의 교부금마저 대폭 삭감돼
기댈 데가 없는 처지다.

송파구같은 경우 조정교부금이 전액 삭감되는 바람에 올초 미리 지원받았던
19억원의 교부금마저 되돌려줘야하는 딱한 입장에 놓였다.

돈이 없으면 봉급 및 각종 사업대금 지급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비품
구입에도 문제가 따를 수 있다.

만일 공과금을 못내는 상황까지 되면 단전 단수도 각오해야 한다.

다만 종합토지세 납부 시한인 이달말께가 되면 다소 숨통이 트이지만
어쨌든 앞으로 10일동안은 극도의 긴축으로 살아가야할 판이다.

이에 따라 일부 구청에서는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을 일시 차입하거나
정기예금 해약, 회계간 차입 등으로 "10월 나기"작전에 나서고 있다.

영등포구의 경우 19일까지 구청이 보유하고 있던 자금은 26억원 정도.

그러나 20일 월급을 주고나자 2억원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앞으로 나가야할 돈은 70~80억원에 이르러 시중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될 경우 세수부족 등 자금난으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최초의
기초자치단체로 기록될 전망이다.

재무과 지출계의 김성찬 계장은 "기대했던 조정교부금이 대폭 삭감되고
종토세가 얼마나 들어올지는 10월말이나 돼야 알수 있다"며 "앞으로 10일을
어떻게 버텨낼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송파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자금이 부족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1백47억원으로
예상했던 조정교부금 전액이 삭감됐다.

최근 시로부터 지원받은 특별교부금 10억4천만원을 포함해 이달에 쓸수
있는 자금은 20~30억원선.

월급 등 당장 지출에 필요한 50억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광진구도 여유자금이 30여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10월 한달동안에 필요한 자금의 30% 수준.

재산회계과 지출계 김정환 계장은 "이달에만 1백억원 정도의 지출이
예상된다"며 "공사대금과 월급을 지급하려면 특별회계에서 일시 차입할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종로구도 적자를 메꾸고 직원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특별회계에서
30억원을 일시 차입한 바 있다.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구청들은 납세대상자를 직접 방문하거나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종합토지세 징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해 이월예산의 덕을 봤으나 내년에는 전혀 기대를
걸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초반까지는 구세가 거의 없어 예전에 겪지 못한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전망이다.

< 김동민 기자 gmkd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