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리가 어느정도 안정세를 되찾아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기업들의 조직개편및 인원조정 등도 마무리단계를 밟고 있다.
이 단계에서 기업들에 필요한 일은 자기만의 무기를 찾아 갈고 닦는 것이다.
21세기에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무기는 무엇일까.
바로 남이 모방할수 없는 "기술과 서비스" 두가지다.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첨단기술을 채용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은 회사
제품을 찾게 마련이다.
이제 외환위기로 다소 소홀히했던 기술 개발의지를 다지는 한편 고객
서비스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고 사실 한국경제를 이끌만한 전략산업과 기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동차나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그동안
한국을 이끌어온 산업은 기술의 벽에 걸려 아직 선진업체 수준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도체 특수에 눈이 멀어 산업의 고부가화를
실현하는 핵심기술 개발을 등한히 해온 것이 현 위기의 또다른 원인으로
볼수 있습니다"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은 기술경쟁력이 높은 선진국과
저임을 무기로 한 후진국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근본
딜레마라며 21세기 유망기술을 예측하고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해 주력산업화
할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기철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 기술기획실장도 "가용자원이 제한돼있는
우리 실정에 비춰 볼때 기술에 대한 장기비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제시하고
정부와 민간기업 대학 연구소가 모두 참여하는 산.학.연 형태로 집중 개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선진국들이 얼마나 기술개발에 열성인가를
알수 있다.
미.일은 가까운 미래에 실용화될 유망기술과 유망산업을 정기적으로 예측,
가용자원을 여기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스탠퍼드대나 조지워싱턴대 등 대학을
중심으로 미래기술및 산업 전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노무라나 미쓰비시종합연구소 등 민간연구소와 과학기술청 통산성
등이 정례적으로 장단기 미래기술 전망자료를 내놓고 있다.
미.일은 이미 30년후인 2030년까지 기술플랜을 짜 어떤 기술이 언제
상용화되고 그에따라 어떤 산업이 부상할 것인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이 자료는 민간기업에 일종의 기술개발 등대역할을 한다.
일본정부는 단순히 전망을 제시하는데서 나아가 민간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이 보급되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일본 각료회의가 결정한 "경제
구조의 개혁과 창조를 위한 행동계획"은 일본이 얼마나 기술을 중시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액션플랜에 일본정부는 21세기 세계경제를 이끌 15개 개별산업 분야를
선정, 각각의 분야에서 소비자 니즈가 어떻게 변하고 거기에 대응하려면
어떤 기술들을 개발해야 하며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았다.
기존산업의 고부가화와 신규산업 창출을 통해 21세기에도 기술 세계경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청사진이다.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구조조정으로 다소 불안정했던 조직분위기를 다잡고
기술개발에 다시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성과도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지털TV, 대우전자의 차세대 영상디스플레이인 TMA,
삼성전관의 차세대 소형 2차전지, 현대자동차의 항법장치, 포항제철의
용융환원제철법과 스트립캐스팅법 개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술이 21세기 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한 축이라면 서비스는 또다른 축이다.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 수준이 비슷하다면 서비스가 좋은 회사 제품이 잘
팔리는건 당연한 일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애프터 서비스"(After Service)에서 나아가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미리 불만 요소를 제거하는 "비포 서비스"
(Before Service)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SK상사는 전화 친절히 받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비스의 질은 첨단 기술과 결합해야 높아질수 있다.
미국의 택배업체인 페덱스나 UPS 같은 곳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정보시스템
으로 고객이 부친 화물이 어느 곳에 있는지를 몇초만에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델사가 인터넷을 이용한 주문판매로 컴퓨터 판매가격을 획기적으로 내린
것이나 아마존사가 인터넷을 활용해 3백만권에 달하는 서적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페덱스나 델, 아마존사 등은 기술과 서비스의 결합으로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강력한 서비스 체제를 구축해 외국업체들의 시장잠식을
훌륭히 막아내고 있다.
21세기는 글로벌 시대다.
국경없는 경쟁시대에 국내기업들이 살아 남으려면 기술과 서비스로 재무장
해야 한다.
기술과 서비스에서 최우수 기업이 되는 것, 그것만이 세계 일류기업이
되는 길이다.
[ 특별취재팀 : 기술 = 산업1부 이희주 차장(팀장) 최완수 박주병 윤진식
김정호 채자영 강현철 박기호 이익원
노혜령 권영성 윤성민
산업2부 오광진
정보통신부 정종태 기자
서비스 = 사회1부 김화주 차장(팀장) 최승욱 장유택
김문권 신경원 김태완 정종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