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지난 8월말 "메탈로센 촉매"를 이용해 PE(폴리에틸렌)를
상업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름이 생소한데다 관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서인지 주식시장에서
조차 주목을 별로 끌지 못했다.

그러나 유화업계로 보면 석유화학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일대
사건이었다.

"범용합성수지만 대량생산하는 나라"란 오명을 벗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메탈로센을 이용한 합성수지 상업생산에 성공한 것은 미국 엑슨,
다우 등과 일본 미쓰이 미쓰비시화학 등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다.

메탈로센은 합성수지 제조에 쓰이는 차세대 촉매다.

촉매란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할 때 반응을 쉽게 해주는 일종의 첨가물.

지금까지 PE 생산에는 고체 형태의 지글러-나타(Ziegler-Natta)촉매가
사용돼 왔다.

메탈로센 촉매는 유기 금속 산화물 형태의 새로운 균일계 촉매로 기존
촉매와 달리 과학적인 설계 및 합성이 가능한 유기금속계 촉매이기 때문에
합성수지 제품 생산시 원하는 물성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특정한 물성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메탈로센이 "꿈의 촉매"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화학은 "메탈로센 PE"를 개발하기위해 지난 93년부터 공을 들였다.

기술연구원에 전담팀을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

촉매 생산에 성공하고 시험생산 과정을 거쳐 6년만인 올 8월 메탈로센
PE의 상업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올 4월에 상업생산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성과라
할 수 있다.

메탈로센 개발 과정에서 그동안 촉매기술에 노하우를 쌓아 국내외에
20여건을 특허출원했다.

LG의 메탈로센 기술은 공정 개조가 거의 없이 촉매만 교체하면 되는
소위 드롭 인(drop-in catalist) 기술이다.

기존 제품의 생산도 병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1차로 상업생산한 제품은 장난감 대형물통 레저용품 등의 회전성형
(rotomolding)에 사용되는 PE다.

국내외에서 테스트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히 촉매개발 제품개발 상업생산에 이르는 연구개발 전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는데 대해 LG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해 상업생산에 성공함으로써 LG화학은 그만큼
수익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현재 범용수지를 t당 평균 8백달러라고 할 때 고부가수지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1천5백~4천달러를 받는다.

메탈로센을 이용해 만든 합성수지는 범용수지와 같은 원가를 들이고도
가격은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

또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환경설비를 갖출 필요도 없다.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한 PE와 PP 등 합성수지는 본격 판매될 경우
오는 2005년께 국내 30만t(3천억원), 세계 5백만t(5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이번에 개발한 메탈로센 촉매기술을 이용해 HDPE
(고밀도폴리에틸렌)을 비롯해 MDPE(중밀도폴리에틸렌) 등의 제품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메탈로센LDPE(저밀도폴리에틸렌) 메탈로센PP 등과 산업용
고무의 일종인 메탈로센EPDM 등 제품 개발도 서두를 예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