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20일 우리나라의 경제회복 전망과 관련, 한마디로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금처럼 별 성과없이 집행되다간 연말에 가서도 경제
성적표는 기대했던 만큼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11차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은
심경을 털어놓았다.

실업대책의 실효성 부족을 예로 들며 각료들을 세차게 질책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 발언 내용을 간추린다.

집권후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주로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외국의 도움 덕분에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경제난을 극복했다.

수출 증대보다는 수입감소로 경상수지가 개선됐다.

우리가 노력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방미 때 미국은 20억달러의 도움을 줬고 어제 OPIC(미해외민간투자공사)
대표는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해 왔다.

미국은 모든 힘 다해 한국 돕겠다고 했다.

금리 물가 환율 등이 안정됐다.

그러나 우리가 한 것이 무엇이며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 반성해야 한다.

경기회복을 꾀한다며 재정지출과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많이 늘렸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기업 분야만 해도 국내적으로 개혁이 안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신3저 활용방안은 마련돼 있는가.

은행에서 돈을 안 풀면 왜 현장에 안 나가나.

중소기업에 대출을 안하는 은행에는 우대분 정부예금 가지고도 조절할
수 있지 않은가.

오히려 은행에 쩔쩔매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고 임원을 바꾸면 잘 된다고 했는데 뭐가 잘 되나.

답답하기 그지없다.

경제기반이 무너진다고들 하고 실업 예산만 늘어나고 눈에 띄는 것은 없다.

장관은 일선에 나가지 않고 부하 보고만 듣고 있다.

은행의 돈과 실업대책비를 왜 효과적으로 못 쓰는가.

호기를 맞았지만 잘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다.

과거 정권 이야기만 해서는 안된다.

국내 대기업들이 매각 혹은 투자유치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다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OPIC 대표단을 만나 봐도 한국의 투자유치에 만족한다는 좋은 반응이니까
관계장관이 만나보고 직접 세일즈 하라.

문제는 자금이 돌아야 한다.

담당장관 은행장 책임하에 돈이 돌게 하라.

이제 금융개혁이 끝났으니 더 이상 변명이 있을 수 없다.

한은총재가 중기 대출 부진하면 돈을 끊겠다고 했는데 인센티브 부여와
제재를 같이하라.

특히 실업대책은 본격적으로 대비를 해야만 위험 사태가 오지 않을 것이다.

실업대책정권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해 왔는데 아직도 효과적이지 못하다.

공공근로사업을 관장하는 조직이 취약하다.

중앙정부 일선기관 모두 그렇다.

소수가 하고 있어 계획도 관리도 못하고 있다.

인력이 필요하다면 충원하고 자원봉사자도 모집키로 하는 등 행자부가
보강계획 마련하라.

예산이 10조원이나 집행되는 만큼 강력한 기구가 관장해야 한다.

총리실 산하에 실업대책기구가 있는데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이다.

내 생각에는 총리가 직접 했으면 한다.

연말까지 실업이 안 줄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대신 정부가 실업대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 어렵더라도 국민이 참는다.

현재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실업 경기부진 부정부패 등이다.

장관이 TV, 신문에 인터뷰를 해라.

국민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서라도 설명하라.

국민 여론조사도 해라.

방심해서는 안된다.

나쁜 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많다.

우리 일 외국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오늘 잘 하자는 의미로 말을 했다.

힘을 내자.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