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단행된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개방조치가 국내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의 경우 해외영화제 수상작이나 한.일합작 영화로, 만화는 일본어로 된
것으로 각각 제한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수영화를 우선적으로 개방한데서 저질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고
개방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와관련, 앞으로도 한.일간 역사적 상처나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지 않고 문화적 가치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개방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일본대중문화 수입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

따라서 앞으로 개방의 폭과 속도가 어느정도 커지느냐가 더 큰 관심거리다.

일본대중문화개방이 일단 가시화된 만큼 장기적으로 여러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영화 =개방이후 5~10편 정도의 일본영화가 들어와 한국영화시장을 7~10%
정도 점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비" "우나기" 등을 제외하면 개방대상작품 대부분이 50~60년대의 구작
이란 점에서도 대중적인 인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53년만의 일본영화 개방이란 측면에서 향후 1~2년간은 영화팬들의
상당한 호기심을 끌 가능성도 있다.

시네마서비스 최영배 이사는 "도호 도에이 쇼지쿠 등 일본의 메이저영화사
들은 오히려 한국시장에는 서둘러 진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이들이
미국영화사처럼 국내시장에서 직접배급을 원하는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
다.

<> 비디오 =일본작품의 시장잠식이 당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개방이 허용되는 작품중 극영화는 공인된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으로 한정되
고 시장개방의 여파가 클 것으로 우려됐던 애니메이션과 성인용 애로물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비디오시장 점유율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10% 이내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출판만화 =만화의 경우는 번역본이 이미 폭넓게 유통되고 있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와 만화계는 원서가 개방되더라도 일어본을 찾는 독자는 1천~3천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만화보다 거기서 파생되는 캐릭터나 팬시상품 등의 영향
을 우려하고 있다.

출판사 진출은 얼마나 큰 폭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일본 동남아에서 잘 팔리는 상품으로 파고 들거나 한국 작가 작품을 선택해
직접 공략할 수도 있다.

일본인이 출판.유통에 관여할 수도 있고 한국인을 앞세우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만화출판 시장이 개방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통시장이다.

국내 출판만화 유통이 전근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일본의 유통시스템이
들어올 경우 잠식될 가능성이 많다.

<> 향후개방계획 =나머지 분야는 "조속한 시일내"에 일본측과 협의해 구성
될 예정인 한일문화교류공동협의회(가칭)의 논의를 거쳐 개방일정이 정해진
다.

이 협의회는 민간주도로 운영되며 필요한 경우에만 문화부와 외교통상부
관료들이 참가한다.

회장은 문화부차관이 맡게된다.

이 협의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은 올해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영화의 나머지 부분을 비롯 음반 비디오 방송 애니메이션 등 다른
분야 개방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께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일본의 반응 =일본언론은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대대적으로 보도
하면서 "한국정부가 일본의 대중문화를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민간차원에서의 한.일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분야별 개방 영향 ]]

(단위 : 억원)

< 공연 >

<>현재시장규모 : 68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6.8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가요공연(엔카->청소년
대상음악)

< 음반 >

<>현재시장규모 : 5,420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271~542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클래식->팝->가요

< 영화 >

<>현재시장규모 : 2,384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167~238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초기에는 순수문예영화가
주목을 받겠으나 점차 상업영화의 비중이 늘어날 듯

< 애니메이션 >

<>현재시장규모 : 540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424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방송용->비디오용->극장


< 비디오 >

<>현재시장규모 : 10,230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1,535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교육물->뮤직비디오->
극영화->만화영화

< 새영상물(게임) >

<>현재시장규모 : 16,205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11,449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비디오게임->오락실게임
->PC게임

< 출판만화 >

<>현재시장규모 : 3,991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1,878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만화잡지->어린이용->
성인용

< 방송 >

<>현재시장규모 : 36,343
<>개방시시장잠식규모 : 1,817
<>개방후 영향 정도(어려움을 받을 분야의 순서) : 위성방송->케이블TV->
지상파방송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