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사태와 아시아금융위기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때
국제시장을 주름잡던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쫓겨나는 것이다.
메릴린치 뱅크아메리카 UBS ING베어링등이 이미 임원해고 시대의 막을
올렸고 이런 움직인은 곧바로 국제금융계 전체에 A급 태풍으로 발전할
태세다.
데이비드 쿨터 뱅크아메리카 사장은 20일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쿨터 사장은 휴 맥코일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으로 지목됐던 인물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쿨터 사장을 좇아낸 것은 다름아닌 헤지펀드.
쿨터 사장은 최근 파산위기에 몰린 D.E.쇼라는 소규모 헤지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무분별하게 빌려준 혐의다.
더욱이 이 대출건을 주주들에게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괘씸죄"도
적용됐다.
뱅크아메리카는 D.E.쇼에 14억달러를 대출했고 이중 3분의1이 사실상
회수불가능하다고 발표했었다.
이로인해 3.4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뱅크아메리카주가는 이 발표가 나오면서 11%나 곤두박질쳤었다.
UBS 임원들도 헤지펀드의 희생물이 됐다.
마티스 카빌라베타 UBS회장과 3명의 임원이 이달초 회사를 떠난데
20일엔 UBS 계열사인 워버거딜론리드사의 국제외환거래 총책임자인
러처드 실버가 좇겨났다.
카빌라베타 회장은 최근 말썽이 됐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에
7억2천만달러를 물린데 대해 책임을 졌다.
실버는 최근 몇주사이 엔.달러환율이 급변하면서 외환거래에서 8천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도 예외가 아니다.
메릴린치는 지난주 헤지펀드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과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3명의 고위직 임원을 해고했다.
메릴린치는 20억달러를 헤지펀드에 투자했으며 이중 14억달러가 LCTM에
물려있다고 발표했었다.
이같은 투자손실로 메릴린치는 3.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80%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경영이 악화되자 감원의 칼날은 평직원들까지 뻗쳐 전체 직원의
5%인 3천8백명이 곧 메릴린치를 떠날 운명에 처해 있다.
ING베어링에도 인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5일동안 4명의 최고위 경영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신흥시장에서의 영업손실이 막대하다는
이유에서다.
ING베어링은 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마켓셰어가 큰 편인데 동남아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입은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마리누수 마인더하우드 회장이 물러난데 이어 이날 피터 베네트
최고영업책임자(COO)가 23일자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신흥시장 담당 임원인 호세 베렝구어와 리처 프라거는 이미 회사를 떠났다.
시장전문가들은 "국제금융가의 해고 선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금융기관들의 영업실적이 속속 드러나고 아시아금융위기의 후유증이
가시화될 경우 국제금융계는 대대적인 물갈이를 당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김수찬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