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적출판업과 주.월간 잡지 등 정기간행물 발행업이 완전 개방됨에
따라 국내 출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IMF사태로 연쇄부도를 겪은데다 장기불황에 허덕여 온 출판계로서는 또다시
외풍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업계는 외국인 투자 한도가 1백%로 확대될 경우 아동물과 백과사전 등
전집류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그림 등 컬러인쇄물이나 디자인 중심의 고가 도서가 먼저 잠식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학교재 출판과 원서유통에도 외국 자본 유입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단행본 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서출판 생각의나무 박광성 대표는 "지식.문화산업이라는 특성상 문자
매체에 참여하는 외국 자본은 한계가 있다"면서 단독투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출판계가 워낙 영세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편집.기획자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하면 인력과 시장을 함께 잠식당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경계했다.

잡지분야는 의외로 파장이 클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국 판권사들이 국내에서 발행하던 잡지를 직접 챙기면서 독자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출판유통산업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자본이 도서유통망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와 전근대적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외국 출판사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올해초 들어온 세계 2위 출판그룹 베르테스만은 "회원제 북클럽"을
추진중이다.

북클럽은 자체 판형으로 제작한 책을 회원에게 우편발송하거나 직접
배달하는 체제.

양원석 에릭양에이전시 대표는 "자본을 앞세운 시장 점령보다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면 북클럽 같은 형태가 긍정적인 변화의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