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까지 난지도 부근은 먼지와 악취가 심했다.

고양시에서 서울로 들어서면 하늘이 뿌옇게 변할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연기도 솟았다.

그러던 것이 96년 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벌겋던 쓰레기더미는 점차 푸른산의 모습을 띄었다.

역한 냄새도 많이 가셨다.

난지도는 원래 한강지류인 사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곳에 생긴 하중도였다.

한강의 섬중 바다에 가장 가까와 겨울이면 고니와 오리 등 수만마리 철새가
몰려들었다.

이때문에 조선시대엔 압도(오리섬)로 불렸다.

70년대초까지 소풍과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모았던 난지도가 죽음의 땅으로
바뀐 것은 78년 서울시의 쓰레기매립장이 되면서부터.

그뒤 15년동안 난지도는 해발 80m의 산이 됐다.

쓰레기 반입이 끝난지 6년.

서울시가 난지도에 "희망의 숲"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3년동안 1백88억원을 들여 50만그루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북쪽과 동쪽에는 메타 세콰이어 등 키큰 나무를 심어 상암동구장 주변을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고 자유로 주변에는 어린 나무로 꾸미겠단다.

일본 도쿄도 부근 다마 신도시에 있는 쓰루마키공원은 신도시 건설과정에서
생긴 폐자재 토사 등을 쌓아 만든 인공언덕위에 만들어졌다.

난지도는 이보다 아름다운 공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의도보다 넓은데다 수려한 한강을 끼고 있는 때문이다.

다만 난지도는 아직 부동침하 침출수 노폐물 부패로 인한 메탄가스
배출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

식물이 자라지만 성장이 늦고 주변의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죽는 등
환경이 나쁘다.

따라서 희망의 숲은 이같은 문제를 충분히 감안해 만들어져야 한다.

의욕만 앞세웠다간 자칫 멀쩡한 나무를 무더기로 죽이는 결과를 빚을지도
모른다.

정연희의 소설 "난지도"에서 주인공 정기는 언젠가 쓰레기더미 위에 나무를
심겠다고 다짐한다.

절망적인 현실속에서도 정기와 임선생은 난지도에 자라날 대추나무와 가슴
속의 꿈들에 대해 얘기한다.

난지도가 진정 희망의 숲으로 되살아날 날을 기대해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