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이 이제 큰 고비를 넘긴 것인가.

한동안 심하게 요동치던 세계증시와 환율이 요즘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큰 물결은 지나간 것 아니냐"는 안도의 한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와 중남미의 증시가 상당히 회복됐고 엔화의 움직임과
선진국들의 경기도 "선순환"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의 상황이 호전된 가장 큰 원동력은 국제사회의 공조 였다.

두차례에 걸친 미국의 금리인하와 잇달아 취해진 영국 카나다 등의 공조
인하, 일본의 금융개혁법안 통과와 경기부양책 마련, 미국의 국제통화기금
(IMF) 추가출연 확정, 헤지펀드및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개편논의, 위기국들
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돌입 등 일련의 움직임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시장의 흐름을 돌려 놓았다.

이같은 노력은 지금의 상황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각국의 지도자들이 후속조치를 촉구하고 있고 조만간 세계경제 위기
문제를 풀기 위한 목적의 "경제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미국은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농후하고 독일 등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재원이 늘어난 IMF는 중남미에 대한 지원에 곧 착수할 것이고 아시아의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타고 세계금융시장은 모처럼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최근 연속 5일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과 아시아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외환시장의 상황도 좋아졌다.

최근 엔.달러환율은 114~116엔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타임지는 최근호에서 "금융시장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고 있다"고 진단
했다.

리먼브라더스 등 미국의 증권회사들도 "미국 증시는 최악의 상황을
넘겼으며 앞으로 2~3개월동안 주가폭락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불안요인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러시아사태가 아직 불씨로 남아 있고 브라질 등 중남미시장도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헤지펀드의 부실이 속속 확인되면서 대형금융기관들이 치명타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는 것도 악재다.

일본의 경기부양책들이 어느정도 약발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물경제는 파탄지경이다.

아시아 위기국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잘 나가던" 미국 마저도 내년중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을 정도이다.

세계적인 디플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다만 위기를 몰고온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가 커다란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돌발변수가 없는 한 금융시장의 안정기조는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