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책. 책을 손에 쥐는 순간 그 책의 숨결이 느껴진다"

북디자이너(book Designer)인 스튜디오 바프의 이나미(37) 대표.

그녀는 책이 정보를 전달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자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하나의 개체라며 책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 보였다.

이씨가 북디자이너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된 것은 지난 95년 스튜디오
바프(dreaming beyond and further)를 설립하면서부터.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다 미국으로 건너간지 15년만이다.

미국의 디자인 명문학교인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책을 만드는
전 과정을 배웠다.

93년말 귀국해 창간잡지 "이브"의 편집을 맡았다.

북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갖게된 셈이다.

그녀는 실험적 디자인의 책을 많이 내 북디자이너계에서 독특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겉(표지)을 포장해 출판하면 된다는 기존의 북디자인 개념을 탈피했다.

리본을 살짝 잡아당겨 풀어야 표지가 열리는 행위예술가 이윰의 작품집
"빨간 브라우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이 그런 부류다.

그녀의 작업은 책의 컨셉트와 타깃이 정해지면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글자
모양 제본 표지작업 등을 총괄지휘하는 방식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북프로듀서(Book Producer)"로 불리고 싶어한다.

생애 첫 작품 "나무꾼과 호랑이 형님"과 바프를 창립한 뒤 만든 "100과
사전" 시리즈는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말해 준다.

88년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영판으로 만든 전래동화 "나무꾼과 호랑이
형님"은 국내에서는 한권도 안팔렸으나 미국에서는 1천권이나 팔렸다.

10년이 지난 올해초 독일에서 이 책 3천권을 독어판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진정한 북디자이너로서의 첫 작품은 바로 삼성출판사를 통해 낸 "100과
사전" 시리즈다.

"남자를 배우는 100과 사전" "혼자 사는 여자를 위한 100과 사전" 등 8권을
시리즈로 냈다.

모험적이고 실험적 정신으로 이책을 출간했다.

읽는 책이 아닌 소유의 개념을 도입했다.

일명 기프트 북(gift book)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책을 만들겠다는 바람이 담긴 책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무려 7만여권이 팔렸다.

"책은 하나의 상품이며 비즈니스로 이해해야 한다"는 신념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씨는 두가지 꿈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책 가게 주인이 되는 것이다.

책에 담긴 시공간을 느낄수 있도록 꾸민 가게다.

"책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독자들에게 마련해 주고 싶은 것이 작은
바람"이란다.

또 하나는 인터넷 책방이다.

북카페를 연상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름은 "orange street book cafe"로 정해 놓았다.

"책은 21세기에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같은 해답을 제시할 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소주잔 나누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오늘도 책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밤을
지샌다.

< 김문권 기자 mk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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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