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골리앗"을 이긴다.

구약성경에서나 찾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다가오는 21세기에 나타날 현상이다.

산업계의 "거대공룡"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경쟁의 현장에서 민첩하게 대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해야 이기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하면 대기업이 이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나간 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는다.

서서히 스몰 비즈니스가 빅 비즈니스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양자가 맞싸움을 벌이면 중소기업이 자주 승리한다.

특수윤활유 업종부터 살펴보자.

특수윤활유는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한다.

용도에 따라 2천1백가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이 업종에선 중소기업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실제 대기업이 특수윤활유를 직접 만들어 쓰기 위해 이 분야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채산성이 맞지 않아 두손을 들고 말았다.

반면 한국하우톤 등 중소업체들은 경쟁력을 갖췄다.

거대한 몸집으로는 소규모 주문을 일일이 받아 들일 수 없었고 이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금형업종도 마찬가지다.

많은 대기업들이 금형사업부를 만들어 작접 참여했으나 쌓이는 적자에
못이겨 포기하고 말았다.

금형업종은 매출이 1백억원을 넘어서게 되면 수익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양산체제를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매출이 2백억원에 가까워지면 도산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금형업체들은 매출액이 80억원정도에 이르면 일부러
회사를 더 이상 키우지 않는다.

작아야 강하기 때문이다.

작을수록 경쟁력이 높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는 많다.

알루미늄다이캐스팅 발포폴리스티렌관 골판지상자 안테나 플러그코드 등
적어도 2백50여개 업종에 이른다.

작은 것이 강하다는 상식은 일부 특수업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제조업체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중소기업의 증가율은 대기업의 그것을 앞질렀다.

중소제조업체 숫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대기업체의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광공업조사에 따르면 91년말 7만1천1백5개이던 중소제조업체수는
매년 늘어 현재 9만6천2백41개가 됐다.

그러나 대기업은 91년 1천1백8개이던 것이 현재 9백3개사로 줄어들었다.

사업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특성을 가진 중소기업의 "번식률"이
높았던 반면 환경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대기업은 감소한 것이다.

이 숫자야말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강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물론 단순히 숫자의 증가만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더 이상 대기업의 하부조직으로서 나약한 존재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어떤 대기업도 이루지 못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중소제조업계에서는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 시대 "핍박"받는 기업의 대명사격으로 대접을 받아온 중소업체들이
어떻게 이처럼 번창했을까.

상황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이를
충분히 살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기업과 달리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다.

때문에 경제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해 나간다.

한우물을 오랫동안 꾸준히 파와 21세기 경쟁력의 원천인 전문화를 이루어
냈다.

특정한 기술의 개발측면에서도 대기업을 앞설 수 있는 것이다.

전문화와 이를 토대로 한 특정 기술의 개발이 시너지효과를 가져온다.

중소기업은 또 투입한 자금을 빨리 거둬 들일 수 있다.

빠른 시일내에 확대재생산이 가능하고 변신에 능한 것이다.

대기업은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 커야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소위 규모의 경제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새롭게 등장하는 틈새시장을 언제든지 파고들 수 있다.

최근들어 수요자들의 욕구가 다양화됨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
어느때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은 양산체제를 갖춘 대기업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몸집이 가벼우니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중소기업의 투자효율은 대기업보다 높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의 총자본투자효율은 30.9%로
대기업의 20.8%보다 분명히 앞섰다.

설비투자효율은 이보다 더하다.

대기업은 58.3%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87.3%나 된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민첩성과 효율성을 더욱 요구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선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살아남는다.

느릿느릿한 황소걸음으론 국제시장에서 따돌림을 당해 사라지고 만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경제신문사는 "작지만 강한 기업" 50개사를 선정,
이들의 진짜 강점을 캐내 새로운 도약의 씨앗으로 삼기로 했다.

씨앗이 곳곳에 뿌리내려 작지만 강한 기업들로 번성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 산업2부 : 김형수 부장(팀장) odin@ 이치구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
노웅 차장 woongroh@ 김낙훈 nhk@ 문병환 moon@
오광진 kjoh@ 정한영 chy@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