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의 고로는 열풍을 불어넣는 장치인 "풍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어야 쇳물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풍구는 섭씨 2천도 이상의 고온에 견뎌내야 한다.

특히 열전도가 가장 높은 순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용광로에서 풍구에 돌발사고가 일어나면 적어도 1억원이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

때문에 전세계의 제철소들은 철저하게 품질이 검증된 제품만 쓰려고 한다.

1년동안 1백% 수명이 보장되는 제품만 쓴다.

이런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세계 제철소에 납품하기 까진 적어도 20년은
걸려야 한다.

20년 이상 오직 용광로의 풍구만 만들어온 업체라야 세계시장을 뚫을 수
있다.

인천 수출산업단지 6공단에 있는 서울엔지니어링은 지난 68년 11월에
창립된 업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용광로 부속품만 전문으로 생산해 왔다.

고로의 풍구와 전기로의 란스노즐 등 용광로에 열풍을 불어넣는 제품
개발에만 몰두해 왔다.

오세철 사장은 "창립초기엔 기술이 모자라 무척 고생을 했다"고 털어
놓는다.

기술 극복을 위해 지난 73년 일본의 주식회사 도바다로부터 제조기술을
도입했으나 세계시장에 진출하기엔 힘이 달렸다.

그래서 87년 자체연구소를 설치하고 "세계 제일"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과감히 투자했다.

94년 드디어 순동으로 제작한 고로용 냉각반과 전기로용 란스노즐의 성능이
일본제품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케팅이 문제였다.

유럽기업들이 한국의 품질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오 사장은 개발담당과장과 함께 독일의 MAN사 등을 찾아가 끊임없이 설득
했다.

"열번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신조로 기술내용을 설명하고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MAN사는 일단 시험을 거쳐본 뒤 사가겠다고 약속했다.

시험제품의 품질이 입증되자 냉각반 1천12개 2백만마르크어치를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독일의 유명 철강업체인 티센도 납품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티센에서도 인정을 받자 주문이 밀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솔라크, 스웨덴의 사브, 오스트리아의 보에스트 알피네, 벨기에의
SIDMAR, 이탈리아의 ILVA 등 유럽의 대규모 철강업체들이 한결같이
서울엔지니어링의 제품을 채택했다.

드디어 일본의 가와사키와 코베도 수출주문을 해왔다.

제조기술을 도입해왔던 일본에 역수출하는 기회까지 잡은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일본 NSC의 기술진과 자재담당이 직접 인천공장을 방문,
구체적인 구매상담을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의 US스틸, 남아공의 ISCOR 등 전세계 1백20개 제철소가
서울엔지니어링의 단골들이다.

이 회사는 한우물을 열심히 파다보면 엄청난 기술이 축적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업체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주물품 제작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노하우를 쌓게 됐다.

그것이 바로 항공기 부품분야다.

주물품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95년초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항공기주물품
생산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11월엔 드디어 록히드와 항공기부품 공급계약을 맺고 본격 납품에
나섰다.

"철저한 품질보증 체제"가 드디어 세계 최고의 주물품업체로 올라설 수
있게 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