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VTR를 이용하십니까"

창업 한돌이 갓 지난 성진씨앤씨(대표 임병진)가 보안감시시스템 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감시카메라에 잡힌 화면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고속 저장하는 새로운
디지털 영상저장시스템(제품명 DISS)을 개발, 시장 판도를 뒤바꿔버릴
태세다.

현재 영상보안기기시장은 비디오로 녹화하는 아날로그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M-JPEC방식의 디지털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진씨앤씨가 내놓은 신제품은 JPEC에 MPEG과 차세대 압축영상통신방식인
웨이블렛(Wavelet)을 접목, 디지털 영상저장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비디오녹화방식은 이제 설땅을 잃게 됐다.

이 시스템은 시제품만으로 미국 딜러와 국내 업체로부터 이미 20억원어치
(5백여대)의 주문을 받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음달초엔 미국 최대의 보안기기업체인 웨스텍과 최소 5백만달러 이상의
공급계약을 맺는다.

성진은 이를위해 지난 20일부터 서울 역삼동공장을 가동,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올해 매출예상액은 1백50억원.

내년부턴 호주 ADI사, 중국 공상은행, 일본 도쿄미쓰비시은행과의 대량
수출계약도 단계적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며 영종도 신공항건설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업도 성사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 창업한 성진씨앤씨가 이처럼 급성장하는 원동력은 무엇보다
우수한 기술개발력과 집중 투자전략이다.

이 회사의 임직원 가운데 절반(12명)은 연구인력이다.

이중 공학박사만 4명이나 된다.

한글과컴퓨터에서도 3명의 연구원이 옮겨왔다.

창업 5개월만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정식 인증을 받은
기업부설연구소엔 컴퓨터에 관한한 최정예 멤버들이 모여있다.

신규사원을 뽑을때도 컴퓨터에 미치다시피 한 사람만 채용한다.

임병진 사장은 이 엔지니어들에게 물쓰듯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10억여원을 모두 연구개발에 재투자했다.

또 전용칩 개발에 5억여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생기업으로는 드물게 지난달 홍콩 현지법인을 개설한데 이어 올해안에
미국 현지법인과 공장도 설립한다.

기술장벽이 높은 선진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서는 미국 일본 호주 홍콩 등으로 수출되는 물량을 조립생산하게
된다.

이 회사는 개발 생산 영업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철저하게
아웃소싱에 의존한다.

법률자문 디자인 광고처럼 핵심분야가 아닌 곳에는 회사역량을 낭비하지
않는다.

성진씨앤씨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는 기술 자체를 파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임 사장은 "DISS는 초기 자본축적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며 "앞으로는
신기술개발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제품생산과 기술개발을 병행하다보면 개발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기술 개발을 위한 첫번째 프로젝트가 주문형 반도체 개발업체인
인타임테크놀로지와 공동개발에 들어가는 영상압축전용 칩이다.

내년 5월 시판 예정인 이 전용 칩은 국내 영상보안기기제조업체로부터
3만개(9백만달러)의 예약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성진씨앤씨는 전용칩 등 고부가가치 부품과 원천기술 개발에 전념, 제2의
인텔 신화를 꿈꾸고 있다.

첨단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전세계에서 종업원 1인당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