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길은 쉼없는 개발과 기술력뿐"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세일공조산업기계(대표 박승환)는 냉난방설비를
생산하는 공조기기 전문업체다.

이 회사의 전신은 지난 50년 3월 설립된 세일공업사.

6.25전쟁 직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동안 냉난방설비만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불황기를 뚫고나가는 무기는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신기술개발과 한 사업분야에 집착하는 강한 승부욕이다.

박승환 사장의 응접실 탁자엔 "강한 의욕.강한 승부"란 표어가 붙어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공조기기업계에서 강하지 않으면 생존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지난 84년 개발한 천장.벽걸이형 유니트히터를 비롯 심야전기
보일러용열교환기(87년) 쿨링&히팅유니트(96년) 등을 국산화, 공조설비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또 외국 설비를 국내 환경에 알맞게 변형, 적지않은 수입대체효과도 거두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생산품은 팬코일유니트 유니트히터 팬컨벡터 냉난방공조시스
템 등.

특히 지난해부터 생산에 들어간 히팅&쿨링유니트(천장매입형.천장노출형
냉난방공조시스템)는 기존 공조설비 공사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설비는 빌딩의 대형고층화 추세를 반영, 열교환기를 소형화하고 저소음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건물 천장의 여유공간에 설치할 수 있다.

따라서 냉난방 공조시스템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기계실이 필요
없다.

냉온수배관망도 대폭 줄어들고 덕트도 소형으로 대체된다.

그만큼 바닥공간과 건설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설비는 서울 삼성동에 건설중인 ASEM회의장에 공급키로 함으로써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이 회사의 기술우선주의는 우선 팬코일부문의 KS규격 획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 사장이 처음 KS획득에 착수한 것은 지난 90년.

당시만해도 기라성같은 대기업들이 팬코일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KS를 받은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모두가 기술개발보다는 제품양산에 열중하는 상황이어서 규격이나 시험설비
자체가 없었던 것.

박 사장은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KS규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1억원을
들여 시험설비를 직접 마련했다.

규격도 당시 공업진흥청과 함께 만들다시피했다.

결국 네번의 실패끝에 93년 7월 팬코일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KS를 획득했다.

박 사장은 세일공조의 기술수준을 뛰어 넘는 부품은 원가가 얼마든 구애받지
않고 받아들인다.

최고기술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히터스위치의 경우 대기업들이 로터리나 버튼방식을 고집하는 것과 달리
이보다 4배이상 비싼 디지털터치방식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우수제품(GQ)마크도 받았다.

세일공조는 최근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지난해초 중국 랴오닝성의 냉장고제조업체인 영냉사와 5대5의 자본합작을
통해 현지 조립생산공장을 완공, 중국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여기에선 연간 50억원 가량의 팬코일유니트를 생산하며 세일공조는 기술과
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공조기기업계는 제품특성상 건설경기에 따라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이 회사도 지난해 이후 건설경기 위축과 거래업체의 연쇄부도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독일 핀파워사로부터 3억6천만원짜리 첨단 자동화생산설비를 도입했다.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춰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2000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착수한 상업용 패키지 에어컨도 기술우위의 제품
을 만들기 위한 장기투자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