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의 천안 사옥은 세계 어느 기업의 사옥보다도 아름답다.

파란 잔디가 깔려 있고 커다란 느티나무를 비롯 단풍나무 소나무 향나무 등
각종 나무가 즐비하다.

실내에는 가는 대나무가 자태를 뽐낸다.

건물은 부드러운 곡선형으로 돼 있다.

물결모양의 디자인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고급 원목으로 돼 있다.

이런 사옥을 지은 기업인이라면 준공식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날만 하다.

하지만 정문술 사장은 준공식을 하지 않았다.

격식을 싫어하기 때문.

미래산업엔 60개의 협력업체가 있다.

정 사장은 협력업체 사장에게 연말연시나 명절에 간단한 연하장조차 보내지
못하게 한다.

미래산업엔 사훈이 없다.

인화 창의 협력 도전 등 멋진 사훈을 만들만 한데 그조차도 격식이라며
거부한다.

정 사장은 지나치리만큼 격식을 싫어한다.

심지어 막내아들 장가보낼 때도 회사사람 누구도 오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그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나름대로 설정한 원칙을 하나라도 실천하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여긴다.

말보다 행동인 셈이다.

말보다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그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이를 지키고 있다.

그가 세운 원칙중 하나는 간부의 친인척을 절대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는 사장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 사장의 막내처남이 대학을 갓졸업해 취직을 못하고 있었다.

아내가 미래산업에 취직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거절했다.

큰 처남이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역시 거절했다.

큰 처남이 얼마나 화를 냈는지 모른다.

일단 원칙을 세운 만큼 이를 고수해야 회사안에 신뢰가 생긴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그가 회사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곧 신뢰와 공평이다.

"인간적으로야 저도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하지만 일단 세운 원칙이 허물어지면 회사는 경쟁력이고 뭐고 그날로
끝장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