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이 일반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제조.검사장비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국업체에
더 많은 돈벌이를 시켜준 셈이지요"

삼호엔지니어링(대표 신명순)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반도체
검사장비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신명순 사장은 삼성전자에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관련제품 무역업무에 종사했었다.

이 때 굳이 수입하지 않아도 되어 보이는 검사장비를 수입에만 의존하던
업계에 맞서 이를 국산화하기로 하고 지난 91년 기존업체를 인수했다.

당시 신 사장은 수입되던 검사장비를 약 절반값에 국산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연간 매출액 6억원 규모의 삼호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그러나 국산화에 성공한 후 국내공급과정에서 "국산화된 제품은 수입품에
뒤진다는 생각"을 지닌 국내 기술자들의 보수적인 마인드를 타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지난 85년에 설립된 삼호엔지니어링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반도체 검사용
프로브카드의 기술을 미국 럭&코우스로부터 도입한 회사.

이를 기점으로 국산화를 시도했으나 일본업체들에 밀려 저기능제품만을
생산,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경영이 부실했던 이 회사를 인수한 신 사장은 당시 32명이었던 종업원을
19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본격적으로 검사장비 개발 및 생산에
착수했다.

삼호도 처음에는 메모리 제품을 검사하기 위한 프로브카드 기술을 일본에서
도입하려 했으나 기술료를 4백만달러나 요구, 포기했다.

어렵지만 자체기술로 개발키로 하고 개발팀을 구성한 후 1년6개월이
지나서야 결실을 맺게 된다.

LG반도체로 부터 샘플제품을 합격받음으로써 제품 생산을 맡을 호산전자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다.

이 후 삼호는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들어서게 된다.

인수당시 4억7천만원이던 연간매출액이 매년 80~1백%씩 성장, 96년에는
83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1백15억원에 이르렀다.

IMF관리체제로 들어서면서는 수출쪽에 눈을 돌려 작년에 대만 등에
20만달러어치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1백20만달러어치의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품뿐만 아니라 작년 9월 대만 스피록스홀딩에 프로브카드 생산기술을
70만달러의 기술 공여료와 4%의 로열티를 받고 공급하는 등 기술도 수출했다.

올해 개발한 새로운 타입의 SMD번인보드제품(특허출원)은 신축중에 있는
경기도 광주군 오포공장이 완공되는대로 양산하게 된다.

이 제품이 본격 출하되면 매출액은 5백억원 정도로 급신장할 전망이다.

특히 SMD번인보드는 현재 삼성전자가 출자한 한국도와측과 기술제공 및
제품생산을 협의 중에 있어 성사가 되면 국내공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호가 이같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연구개발에 남다른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56명의 삼호가족중 12명이나 되는 국내최고수준급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제품생산에 있어서도 다른 업체와 다른 경쟁력을 발휘한다.

신 사장은 생산규모가 커질 때마다 아이템별로 분사를 단행, 그 분야에
적합한 사람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호산전자를 비롯 설계를 맡는 스텝시스템, PCB를 제조하는 삼호시스템,
기구물 가공업체인 서울정공 등의 자회사가 있다.

이들 전문화된 자회사들은 PCB설계에서부터 가공에 이르기까지 제반공정에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맺고 있어 최단시일내, 최적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 사장이 분사를 통해 소사장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는 것은 그의 남다른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회사키우기를 나무기르기에 비유하는 그는 큰 나무를 하나 기르기보다는
옆에 작은 나무를 많이 심고 가꿔서 숲을 가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신 사장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삼호가족이 각자 자기
프로젝트를 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삼호는 96년 삼성전자의 8백60개 전 협력업체중 반도체
국산화 부문에서 우수협력업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