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들의 레이더에 아시아가 다시 떠올랐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이렇게 보도했다.

투자가들이 아시아에 다시 돈보따리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아시아가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아시아 각국의 주가와 통화가치 급등하고 금리가 내려가는게 이를 반증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콩코드연합 주최 만찬에서
"아시아 각국의 개혁작업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며 "경제위기 극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아시아에 대한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본격화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두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와 영국 캐나다 등의 공조인하, 일본의
금융개혁법안 통과와 아시아 지원계획 발표, 미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출연
확정, 국제금융시스템 개편논의 확산등이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다 일본이 내수부양에 30조엔을 쏟아붓기로 하는 등 아시아 각국이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시책을 편 것도 시기적절한 선택이었다.

<> 국제 투자자들의 시각 =위기를 심화시킬 요소들이 제거되고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환분야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상황이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아시아에 대한 투자자금을 6개월전보다 15% 늘렸다는 골드만삭스의 로버트
벡위트 자산운용책임자는 "한국의 경우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백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아시아국가들의 외환사정이 호전되고 있다"며
"안전성을 찾아 움직이는 자본이 아시아를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국가들의 적극적인 경기부양과 구조조정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아시아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도한 외채속에 해외투자자금의 이탈로 기업도산이 속출하고 따라서 수출
의 길이 막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상황이 선순환궤도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이다.

JP모건의 아시아태평양담당 연구원인 번하드 에쉬바일러는 "아시아는
길고도 어두운 터널의 끝에 와있다"고 한미디로 평가했다.

<> 앞으로의 변수 =특별한 돌발변수만 없다면 아시아의 상황은 선순환구조는
안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시아 자체의 구조조정(내부문제)과 세계적인 지역경제 불안(외부문제)
이다.

아시아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과 부실금융기관 처리 등이 여전히 관건이다.

상황이 호전되면 경제개혁 속도가 늦어지고 그렇게 되면 국제시장에서의
시선이 다시 차가와질 수 있다.

"몸이 조금 나았다고 쓴 약을 먹지 않는다면 병은 완치될 수 없다"(알렌
톰슨 스턴 스튜어드 수석연구원)는 것.

이 경우 국제적 신인도가 떨어져 해외자본이 발길을 다시 돌릴 가능성이
높다.

또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것도 장기적으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와함께 중남미나 러시아 사태의 향방에 따라 아시아도 다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국제투자자들의 상태가 나빠지면 아시아에 대한 인식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에 열릴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이 주목되는 것도 그래서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