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5일 올해 세계무역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7%보다 크게 낮은 4%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WTO는 내년에도 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구는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러시아 중남미로 번지면서 나라마다
달러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출을 늘리려하면서 수입을 줄이고 있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특히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교역이 격감하고 있는 것이 세계무역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무역수지흑자를 내는 것이 당면 과제다.

밖에 내다팔기만 하고 사들이기를 꺼리다보니 교역은 줄어들고 통상마찰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한국 수출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처럼 세계시장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북미 유럽 일본 중국 동남아 한국 등 세계주요 19개
교역국들의 무역동향을 분석한 결과 수출이 늘고 있는 나라는 독일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과 중국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들은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여
세계무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의 경우 아시아의 수입감소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4월이후 수출
감소율이 배증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전년대비 마이너스 1.8%를 기록했던 미국의 수출감소세는 5월엔
3.1%, 6월엔 3.9%, 7월엔 6.7%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해온 일본도 지난 5월에 마이너스 13.2%를
기록한 이후 계속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안마당이나 다름없었던 동남아 시장이 붕괴된데다 한국 미국 등
대형거래선들이 수입을 줄인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탄탄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잘 버텨 오던 대만의 경우에도 지난
7월 수출이 22년만에 최대의 감소폭(마이너스 16.3%)을 나타냈다.

수입의 경우 경제실상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쪽은 수입증가세는 현저
하게 줄어들었지만 올들어서도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에반해 아시아쪽의 수입은 괴멸상태다.

우선 미국 독일 등과 더불어 세계수입시장의 큰손 역할을 해온 일본이
문제다.

끝이 없어보이는 내수 침몰로 인해 지난 1~8월중 일본의 수입감소폭은
무려 18.7%에 달했다.

이에반해 미국은 작년대비 5.2%나 수입이 늘었고 독일(4%) 영국(1.6%)
프랑스(5%) 이탈리아(10.1%) 캐나다(5.8%) 등 선진국 그룹인 "G7" 국가들중
일본만 제하고는 전부 수입이 늘었다.

이같은 국가간 수출입 불균형은 무역역조와 통상마찰을 부채질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지난 1~7월중 1천4백11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낸 반면 일본의 경우
국내경기침체로 인한 수입감소로 무역수지흑자가 6백55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이나 유럽쪽에서 "일본발 세계대공황"이 임박했다면서 일본의 미온적인
내수부양을 맹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들어 한국상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미국 유럽에 이어 중남미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철강 등 몇 가지 주력상품의 수출물량이 급증하는데 반해 수입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그 결과 무역수지흑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