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 산업자원부 장관 >

지난해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과 매월
3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이제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긴
것 같다.

일부에선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한다.

하지만 가용외환보유고가 지난 9월말 현재 사상최대인 4백34억달러에
달한다.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투자유치 활동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감안할 때 외환위기 재현가능성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대통령도 지난달 경제기자회견에서 제2의 외환위기는 없으며 앞으론 경제
정책의 중점을 경기부양과 경제활력회복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번달 워싱턴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 총회에서 IMF 캉드쉬
총재는 한국은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를 넘긴 것은 분명하지만 외환위기가 금융부문으로 옮겨지면서
발생된 금융경색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기반은 흔들리면서 실업이 확대되고 있어 문제다.

특히 연초부터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지난 5월이후 감소세로 전환된 후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

수출은 내수가 침체된 현 경제상황에서 기업도산과 실업확대를 막고
외환보유고를 확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나마 우리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우리 정부의
IMF 등 국제기구에 대한 교섭력이 증대된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수출실적과 3백억달러에 이르는 무역흑자 때문이었다.

수출은 대외신인도 제고, IMF 관리체제 조기종식, 경제활력 회복과 세계중심
국가로의 도약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수출이 최근 부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아시아시장이 침체되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소된 세계수요에 비해 공급은 확대됐고 수출단가는 급락했다.

다행히 최근들어 아시아 경제위기가 러시아와 남미로 옮겨진 뒤 미국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영국 등이 금리인하조치를 단행하는 등 수출여건
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이제부터 문제는 엔고로 인한 가격경쟁력 회복 등 좋아진 여건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와 마케팅 품질 디자인 기술 등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느냐
에 달려 있다.

정부는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를 열어 수출입금융경색을 해소해 주는
대책을 추진해 왔다.

53억달러의 수출입금융지원 자금을 마련했다.

신용장을 받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전액 신용보증을 해주도록 했다.

무역어음 제도 활성화 조치도 취한 바 있다.

이런 대내외 여건에 발맞춰 정부와 기업, 수출관련기관들이 앞으로 지향
해야 할 방향을 몇가지 제시한다.

첫째 기업과 수출지원기관및 정부는 총력수출 노력에 나서야 한다.

올 수출은 적어도 작년 수준인 1천3백62억달러, 무역흑자는 4백억달러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은 기간동안 정책과 활동의 우선 순위를 수출에 둬 현 경제
난국을 수출로 타개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둘째 더 이상의 수출산업기반 붕괴를 막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는 통화공급확대, 금리인하 유도, 주택구입자금 공급, 재정의 조기
집행, 내구소비재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등 내수진작책을 추진중이다.

기업은 미래에 대한 투자, 가계는 건전한 소비를 통해 수출산업기반을
유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분야는 중복.과잉설비를 해소하고
사업교환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필요하면 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과제이긴 하지만 산업구조도 대기업.대량생산 위주에서
기술집약적인 중소중견기업.유연생산체제 위주로 전환하는 한편 내수 기업들
의 수출기업화도 촉진해야 한다.

제2의 경제도약과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 복귀를 위해 모든 정부부처와
수출지원기관, 그리고 직접 수출을 맡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이 "수출만이
살 길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총력수출노력에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