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동남아 국가들의 환율이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중저가 소비재쪽은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팔고 있는 이재일씨와 일본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는 (주)진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재일씨는 현지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발로 뛰는 영업으로 성공한
케이스.

진로도 뚫고 들어가기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난 일본에서 우뚝 선 성공케이스.

고가전략과 밀착 마케팅이 먹혀들어갔다.

이들외에도 어려운 상황을 헤치며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예는 많다.

그들의 성공전략을 현지에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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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에지워터 쇼핑몰 내의 대형 스토어 "캘더".

서민들이 주로 찾는 이 백화점은 지난달 매장 한쪽에 "정리(clearance)세일"
코너를 대폭 확대했다.

한국 등에서 수입한 TV 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의류 플라스틱 제품 등
생활용품 재고를 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백화점의 토니 브라운 지배인은 "한국산 제품의 평균 재고분이 평소
매출의 2개월치로 적정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며 "한국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신통치 않아 당분간 추가 구매를 중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칫솔 등 플라스틱 제품을 연간 2백만달러(FOB 기준)어치 가량
수입해 10년째 쇼핑센터 등에 납품해온 프레드 살레르노씨는 지난 4월부터
대한 수입 비즈니스를 중단했다.

그는 "한국 거래선에 원화 절하폭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30~40% 인하해
주도록 요구했으나 회신이 없었다"며 "마침 태국 쪽에서 비슷한 상품을 훨씬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제의를 해와 거래선을 바꿨다"고 말했다.

올들어 3월까지 전년 대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잘 나가던
대미 수출이 4월 이후 8%대 증가세로 급격히 둔화된 까닭을 현장에서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통화가 동반 절하된 동남아 국가들이 위기 탈출의 배수진을 걸면서 가격
후려치기를 불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업체들도 엔화 및 주요 생산 거점인 동남아 통화의 약세를 이용해
한국 제품에 대한 가격 포위 공세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자동차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동부지역 판매를 시작한 기아자동차가 간판 차종인
세피아의 가격을 1만달러 수준으로 낮추자 최근 일본 혼다자동차는 경쟁
차종인 시빅 판매가를 1만2천달러 선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업체에 비해 훨씬 유리한 할부 금융 조건 등을 감안하면 실제 가격은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대미 수출부진 원인이 경쟁국들과의 가격조건 악화 등 외환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보다 수출업체들에 대한 은행들의 금융 지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내우가 훨씬 더 본질적이라는 진단이다.

국내 은행들이 수출업체들에 대한 신용장(LC) 개설을 기피함에 따라 애써
따낸 수출 주문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인 밀집 지역인 플러싱의 요즘 풍경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곳에서 3개월째 하숙하며 새 거래선을 찾고 있는 김모(46)씨는 지난 2월
미국 바이어로부터 주문받은 의류 20만달러어치가 한국 은행들의 외면으로
무산되자 직접 현지 은행들을 노크해 보기 위해 미국에 장기 출장나온
경우다.

최근에는 한국 중소 수출업자들끼리 미국내 금융 지원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시장 상황도 조사할 겸 "미니 시장 조사업체"를 설립하는 붐까지 일고
있다고 무역협회 뉴욕지부 관계자는 전했다.

KOTRA 뉴욕무역관의 구자윤 관장은 "미국의 소비수요 증가율이 2.4분기 이후
2~3%대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 하반기중 대미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11%)에 비해 2% 포인트 이상 둔화된 9%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