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주택경기부진속에서 월세아파트가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10~20평형대 소형아파트가 주류지만 최근엔 30~50평형대 중대형으로도
월세아파트가 확산되고 있다.

소형평형은 원래 받았던 전세금을 1천만선으로 낮추고 나머지를 월세로
받는게 보통이다.

반면 대형아파트는 월세를 먼저 1백만원 안팎으로 결정한뒤 보증금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서민아파트단지인 서울 상계동에선 월세물건이 딸린다.

이곳 효성공인 박병용 대표는 "보증금 1천만원에 40~50만원의 월세를 받는
아파트가 지난 1년동안 세배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림동 고시원도 월50만원안팎을 받기 때문에 월세아파트 선호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상계동에선 5가구 이상 구입해 월세를 받으면서 임대주택사업을 하는
사람도 50~60명에 달한다.

지방에서도 월세아파트가 늘고 있다.

수원시 천천동 정길웅공인대표 정길웅씨는 "전세와 월세보증금과의 차액을
부담할 수 있는 집주인이 많지 않아 월세매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매물이
나오면 쉽게 소화된다"고 말했다.

이곳 주공아파트 16평형은 보증금 1천만원 월22만원이다.

월세아파트는 대형평형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분당 서현동 코끼리공인 정영일씨는 40평형이상의 대형 월세매물이 최근
50%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체면때문에 집규모를 줄이지 못하거나 차액으로
재테크에 나서는 사람들이 수요층"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시범한양 50평형은 보증금 5천만원 월1백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서울 잠실 방이동 등에도 대형평형 월세아파트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월세선호는 경기침체가 빚은 풍속도로 볼 수 있다.

실직자가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주거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5천만원짜리 전세집을 보증금 1천만원짜리 월세로 옮기면 4천만원을
창업이나 생활자금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지난봄 전세대란으로 고생했던 경험도 월세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임대차보호법상 서울 및 광역시의 3천만원이하 소액임차인은 유사시
1천2백만원까지 우선 변제받기 때문에 전세금 반환걱정을 덜 수 있다.

집주인도 수신금리가 연10%대로 떨어졌음을 감안할 때 월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월세는 보통 월2%의 이자로 책정돼 단순계산으로 연24%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에선 찾아보기 힘든 고수익이다.

또 전세가가 급변할 때 전세금반환에 대한 부담없이 쉽게 재계약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