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22일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에 실패함에 따라 당장 10월분 채무상환액을 갚지 못하는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파키스탄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지 않는다해도 최근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P&S)가 파키스탄의 국가채무등급을
-CCC로 낮춘 것은 이미 채무불이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표시"라고 지적했다.
현재 파키스탄의 대외채무액은 3백20억달러에 달하나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14억3천만달러에서 최근 6억달러까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작 3주간의 수입을 충당할만한 수준이다.
파키스탄의 금융위기는 지난 5월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초 IMF는 파키스탄에 15억6천만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했으나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지원을 전면 동결했었다.
또 핵실험후 국제사회가 각종 제재를 가하면서 국제수지 적자가 크게
불어났다.
만약 파키스탄이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동남아 금융위기를 피해 대거
서남아쪽으로 투자선을 돌렸던 한국 기업및 금융기관들의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슬람국가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 본부를 둔 이슬람개발은행(IDB)은
최근 파키스탄의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이슬람권 대출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 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조달하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하락으로 이슬람권의 재정상태 역시 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형편이어서 지원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