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대그룹의 다른 업종간 상호지급보증을 올해안에 모두 없애도록
요구한데 대해 재계는 그 배경을 분석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경련은 23일 구조조정태스크포스 실무팀 회의를 가진데 이어 내주중에는
5대그룹 구조조정 담당자회의를 갖기로 했다.

5대그룹의 경우도 이날 재무부서에 비상을 걸었다.

각 계열사별 채무보증현황을 체크하고 어떻게 하면 다른 업종끼리 얽힌
보증을 해소하느냐를 놓고 오랫만에 "그룹차원의" 회의를 가졌다.

재계는 그러나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뚜렷한 입장과
행동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계열내 다른 업종간 상호
지급보증을 완전 해소토록 요구한데 대해 그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5대그룹의 상호지보는 자기자본 대비 5~30%에 불과하다"
며 "왜 지금 상호지보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5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해외 매각이나 그룹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을 촉구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고 정부를 겨냥
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5대그룹은 지난 1월 정부와의 합의대로 2000년3월을
목표로 상호지보 해소방안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이렇게 일관성이 없으면 어떻게 마음놓고 경영을 할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정부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건 중요한게 아니다.

또 정.재계 간담회에서 정말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문제될 것이 없다.

정부가 방침을 밝힌만큼 5대그룹의 실천만이 남았다는 "한국적" 현실
때문이다.

문제는 상호지보 해소의 경우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의지"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데 있다.

우선 5대그룹의 상호지급보증이 회사단위로 발생하고 있어 이를 업종단위로
재분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예들 들어 (주)대우에는 무역과 건설부문이, 삼성물산은 무역과 건설 유통
의류부문 등 산업연관표상에 동일업종으로 볼 수 없는 사업이 혼재돼 있다.

빚보증이 각 사업부문별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법인명의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가 관건인 셈이다.

또 다른 업종간의 빚보증을 동일업종간의 빚보증으로 상호 맞교환하는 것이
허용될 경우 우량계열사의 보증을 받아둔 은행과 부실계열사의 보증을 받은
은행이 서로 보증맞교환에 응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맞교환이 안된다면 방법은 해당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금융권이
빚보증을 무보증신용대출 또는 담보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도 금융권이 신용대출 전환에 응해 줄지 미지수다.

때문에 재계는 올해안에 다른 업종간 지급보증 해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이 성의있게 움직여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계획을 1년 이상 앞당겨 이업종간 상호지보
를 해소하라고 한 것은 기업 구조조조정의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와 금융기관이 지원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오히려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등 정책 순응비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