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한국경제
구조조정 국제세미나"가 22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스타인 클라슨 세계은행 (IBRD) 금융국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이라 리벌만 세계은행 민간부문개발국 국장이 각각 "한국의 금융개혁"과
"한국의 기업개혁"이란 논제로 주제발표에 나섰다.

클라슨씨는 "한국기업의 40%는 재무구조가 너무 취약해 사실상 파산이나
다름없는 ''기술적 파산상태''에 처해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리벌만 국장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내년말까지 2백%밑으로
낮추는 것은 자산매각이나 외국인투자유치 등 평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선 부채탕감 등 특단의 대책이 동원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존 도스워스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 김기환 대외경제협력
특별대사, 정운찬.조동성 서울대학교 교수,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국내외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가해 한국경제 구조조정과정을 평가
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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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리벌만 < 세계은행 민간부문 개발국장 >

한국경제 위기는 근본적으로 기업위기로서 초래된 것이다.

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하고 기업채산성이 악화돼 97년 들어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부도 급증했다.

기업부실 악화는 금융권 부실채권을 급증시켰다.

기업부도->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은행자본 잠식->신용창출 감소->기업
부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특히 한국은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나 OECD 국가보다 제조산업
의존도가 훨씬 크다.

농업과 서비스산업 등이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국경제에 기업도산과 실업 여파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금융과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 박차를 가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중장기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조치들이다.

효과적인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대기업의 도산이 발생
하기 전에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은 정부와 함께 자본확충, 안정적 현금흐름의 확보, 부채비율 하향조정,
재벌그룹내 기업간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을 통해 적극적인 재무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물론 이 작업은 은행구조조정과 병행, 기업구조조정으로 은행들이 부실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기업 재무구조 개선 =내년말까지 대기업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는
작업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자산매각, 외국인투자 유치, 국내외에서의 주식발행, 그리고 이윤증가 등의
평상적인 방법으로는 부채비율이 현재 평균 6백4%에서 내년말까지 4백21%
정도 이하로 낮아질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대기업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려면 추가적인 부채-주식교환 및
부채탕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추가적인 부채-주식교환은 특수목적회사(SPV.Special Purpose Vehicle)와
같은 전문기관을 설립, 은행권에서 부채를 사들이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그마나 이러한 추산은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자산가격의 하락이나 은행권이 수용할 수 있는 부채-주식교환의 한계 등을
감안하면 부채비율 조정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 정부의 역할 =기업구조조정 과정에는 아직도 많은 위험요소가 잠재해
있다.

미국경제의 위축과 중국의 환율평가절하 가능성등 외부적 요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극복엔 대외사정이 큰 변수다.

최근 미국 금리인하와 일본 엔화의 반등이 한국경제에 청신호를 보내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이해당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조정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

그럴수록 대형부도가 재현돼 정부가 긴급수혈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 등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들이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방향을 뚜렷이 잡아주지 않고 모든 것을 시장 자율에만 맡긴다면 구조
조정작업은 마비될 것이다.

더욱이 기업부실은 은행부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을 강요하기 보다는 일시적으로 부도를
막는데 급급해 운전자금을 계속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또 현재 인력으로는 은행들이 자체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 그리고 은행이
인수한 부실기업의 경영 등을 동시에 감당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 도덕적 해이 극복 =한국기업의 깊이있는 구조조정을 위해선 이러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제공돼야
한다.

예컨데 기업에게는 상당한 수준의 부채탕감이 고려돼야 하며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위해서는 정부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성공여부는 속도에 달려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정리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