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26일자) 은행 상반기 결산을 보고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은행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은행경영관련자료들은 우리나라 은행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한다. 상반기중 22개 일반은행들이 6조7천2백
    35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은 은행부실이 정말 깊고도 깊다는 것을 말해준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6개월간 적자가 자기자본규모를 훨씬 웃돈다.
    서울은행은 적자규모가 자기자본의 2배, 제일은행은 1.5배다. 자본 전액
    잠식상태라는 얘기다. 과거에 숨겨왔던 누적된 부실을 이번에는 그대로
    결산서에 나타낸데 따른 것인 만큼 현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쨋든 정말 답답한 일이고, 참으로 큰 일이다.

    올해안으로 두 은행을 외국은행 등에 매각, 정상화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게 거의 틀림없다. 이대로라면 돈을 내고 살 사람은 없을 것이니까.
    주인이 있는 몇몇 후발은행을 제외한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다른 시중은행
    들도 따지고 보면 오십보 백보다. 제일.서울처럼 자본전액 잠식상태는 아직
    아니지만 6개월간 결손이 적은 곳도 자기자본의 3분의 1을 웃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올들어 6개월말까지 5천1백33억원의
    흑자를 낸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예대업무 유가증권업무 환업무 등
    경상적인 영업이익은 작은 반면 인건비를 포함한 경비는 엄청나게 많은 것이
    외국은행 국내지점과 대조적인 국내은행들의 결산내역이다.

    그만큼 생산성이 뒤진다는 얘기가 된다. 1인당 업무이익으로 보면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국내은행의 30배수준이다. 93년 3.8배에서 해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상반기중 시중은행들의 예대마진은 3.9%포인트로
    작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는게 은감원본석이다. 해마다 예대마진을 높이는
    등 부실경영을 고객들에게 떠넘기면서도 엄청난 결손을 내는게 은행경영의
    현주소인 셈이다.

    은행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과제다. 짝짓기형식의 통폐합만으로 은행이 제
    구실을 할수 없다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은행의 기존부실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출자 부실채권매입 등 지원조치가 빠른 시일내에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것 또한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제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부출자가 불가피할 것이고 한일 상업은행통합 등 다른
    금융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기왕에 하기로한 재정지원을 서둘
    필요가 있다.

    출자 등 지원은 하되 금융에 대한 관치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도 제일 서울은행이 외국은행에 매각되도록 해야한다. 부당한 간섭에
    No 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주인은 누가뭐래도 외국계은행일 수 밖에
    없다. 은행에도 정말 주인이 나오도록 해야한다. 은행주식 소유한도만 높일게
    아니라 대주주 자격요건도 현실에 맞게 조정, 자율적 책임경영이 가능토록
    해야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는 까닭

      매년 말이면 우리 회사는 전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송년의 밤’을 연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구성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다음 해를 관통할 메시지를 공유하는 시간이다.올해 필자가 선택한 슬로건은 ‘Keep Calm, Move Forward’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지만 결정과 실행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차분함은 정체가 아니고 전진은 성급함과 다르다. 평정심을 유지하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문장은 곧 경영 현장에서 몇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제때 움직이고 있는가. 내 판단의 리듬만큼 상대의 일정과 흐름 역시 존중하고 있는가. 시장과 기술 변화에 우리의 결정과 실행은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가.경영 현장에서 분명히 체감하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시간만큼이나 파트너의 시간 또한 동일한 가치로 다뤄져야 한다. 결정을 미루고 실행을 늦추는 일은 개인 성향이나 조직 문화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비효율로 이어지고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 원칙은 계약 단계부터 분명하다. 계약서에 자주 등장하는 ‘Time is of the Essence’라는 문구는 일정 준수가 핵심임을 뜻한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순간 신뢰가 먼저 흔들린다.패션산업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또렷하다. 과거에는 반기별 시즌 캘린더를 기준으로 해 긴 호흡으로 움직였다. 이제는 트렌드 확산과 소비자 반응이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기획·생산·납기까지 전 과정은 압축됐고, 한 시즌 중에도 여러 차례 조정이 이뤄진다. 중요한 것은 빠른 움

    2. 2

      [기고] 韓 경제영토 넓힐 통상 전략 필요하다

      현대 축구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전술가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은 승리의 핵심으로 ‘공간의 점유’를 강조한다. 그는 윙어를 좌우로 넓게 배치해 상대 수비를 벌리고, 그 틈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낸다. 과르디올라에게 축구는 공을 주고받는 게임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는 전략의 예술이다.이 전술적 통찰은 오늘날 보호무역주의라는 냉혹한 경기장에 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무역 질서는 효율 중심에서 안보를 중시하는 ‘지정학적 파편화(geopolitical fragmentation)’의 흐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가까운 국가와의 프렌드쇼어링 무역 비중은 2021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대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이런 흐름이 구조적 변화로 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국 우선주의라는 수비벽이 높아질수록 우리 기업이 뛸 공간은 점점 좁아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경직된 질서를 흔들어 놓을 ‘공간’의 재확보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타결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은 의미 있는 성과다.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큰 영국 자동차 시장 진출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전문인력 비자 제도 정비로 초기 투자 기업의 안정적 사업 여건도 마련됐다. 또한 영국에서 인기 있는 K콘텐츠의 수출 활성화도 기대된다. 엄혹한 통상 환경에서 정부가 현장의 애로를 짚어낸 결과다. 연초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시의적절했다. 정상 간 교류를 통해 고위급 협력 채널을 다시 가동하고, 한·중 FTA 업그레이드를

    3. 3

      더 커진 인플레이션 우려…부동산·원자재 투자 고려할 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주식과 채권시장을 순식간에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이미 많은 투자자의 뇌리에서 당시 기억이 사라진 듯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올해 다시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속적 금리 인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에 기반해 인플레이션 심화와 통화긴축 시나리오의 위험을 아직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시장의 이런 안일함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 경기는 지난해 3분기에도 4.3%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런 성장세는 올 상반기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높고, 가팔라지는 미국의 최근 외식비 상승 속도는 인플레이션 향방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와 올해 확장적인 재정정책도 인플레이션 심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를 과열 국면으로 몰아가는 시나리오를 초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높아진 원·달러 환율은 국내 인플레이션의 서곡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심화하는 환경에선 대체로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 투자 성과가 좋다. 인플레이션 헤징(위험 회피)이 가능한 구조의 인프라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원자재 투자도 효과적 헤징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금 가격은 작년 60% 정도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그 이상의 성과도 기대해볼 만하다.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SKK GSB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