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 '공동화'] (1) '얼어붙은 연구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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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내 기업부설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는 동부지구
장동 일대.
북대전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엑스포길 중간쯤에 위치한 한효종합기술원의
출입문은 지금 굳게 닫혀 있다.
연구소에 단 한명의 연구원도 남아 있지 않은 것.
모기업인 한일합섬이 부도가 나면서 지원이 끊기자 올해초부터 연구원들이
하나 둘씩 떠나버렸다.
이 연구소는 한때 국내 합성섬유 기술개발을 주도하던 곳이었다.
바로옆 한솔건설 기술연구원 부지.
당초 예정대로라면 11월 입주를 목표로 6개동의 건물이 완공돼 있어야 했다.
그러나 13만여평의 부지에는 공사가 중단된 채 버려진 건축자재만 가득
쌓여 있다.
땅바닥에는 "한솔건설 대덕기술원 신축현장"이라고 쓰인 입간판이 나뒹굴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연구단지의 지금 모습이자 "물거품된 기술입국의
꿈"의 현장이다.
대덕연구단지에는 현재 기업연구소 26개, 정부 출연연구소 16개 등 모두
62개 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1년전만 하더라도 박사급 연구원 3천5백여명을 포함, 1만7천명 이상이
연구열기를 뿜어내던 국내최대의 싱크탱크 단지였다.
그러나 이곳은 IMF 관리체제이후 각 연구소의 경비 삭감에다 거센 구조
조정 바람까지 겹쳐 공동화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는 연구지원예산이 일률적으로 20%이상 축소되면서 연구
프로젝트들을 중단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민간 연구소들은 모기업의 퇴출로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고급 두뇌들은 대거 이곳을 떠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대덕단지 공동화현상은 앞으로 한국과학기술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국정감사 등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대덕연구단지를 떠난 석.박사급 전문연구인력은 정부 출연연구소의
경우만 모두 4백50여명.
민간연구소에서 일하던 연구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천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보통신기술개발의 총본산격인 전자통신연구소(ETRI)은 대규모 인력감축
으로 올해 2백여명이 넘는 연구원이 대학이나 기업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해외로 빠져 나간 연구원도 상당수에 이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42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그만 뒀다.
기계연구원 원자력연구소 자원연구소 등 다른 연구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간 기업연구소는 더욱 심각하다.
올들어서만 전국적으로 모두 52개 기업연구소가 모기업의 구조조정 과정
에서 문을 닫거나 조직이 축소됐다.
대우중공업 대전연구센터는 본사의 폐쇄방침에 따라 1백20여명의 연구원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쌍용중앙기술연구소는 올해초 신소재 연구사업 중단으로 30명이상의
연구원이 퇴출됐다.
한화중앙연구소도 연구부문이 통폐합되면서 40여명의 연구원이 떠났다.
연구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예산이 줄고 파트너 기업의 부도로 중단된 연구과제는
올들어 모두 30여건에 달한다.
생명공학연구소는 선도기술개발사업인 G7프로젝트의 하나로 6년동안 진행
시켜온 신물질치료제 개발연구를 지난 8월 그만뒀다.
정부가 올해분 연구비 2억원을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
결과적으로 그동안 이 연구에 투입된 13억원이상이 쓸모없게 되버렸다.
이처럼 G7프로젝트 과제중 연구비 지원이 중단된 프로젝트는 각 연구소마다
1-2개씩이상은 된다.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오다 자금지원이 끊겨 도중하차한 프로젝트
도 적지 않다.
KAIST는 3년전부터 카멘전자와 함께 뇌파측정기 연구사업을 수행해 왔지만
이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지금은 고가의 연구장비들이 먼지만 둘러쓴채
방치돼 있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연구열기가 아예 식어버린 것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으로 연구원의 신분불안이 커진데다 연구비마저
대폭 깎여 더이상 일할 맛이 안난다"(ETRI 한 연구원)는게 이곳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대덕단지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9%가 신분불안 등을 이유로 연구소를 떠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덕관리본부의 김연익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연구소마다 밤을
밝히며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수 있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오후
6시만 되면 가방을 싸든다"고 전했다.
화학연구소 유성은박사(화학물질연구단장)는 "대덕단지가 이미 공동화되고
있는데도 이같은 과학기술계의 총체적 위기를 나몰라라 하는 정부의 철학
부재에 연구원들은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IMF 관리체제를 극복하더라도 21세기 과학기술
대경쟁시대에서 영영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
장동 일대.
북대전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엑스포길 중간쯤에 위치한 한효종합기술원의
출입문은 지금 굳게 닫혀 있다.
연구소에 단 한명의 연구원도 남아 있지 않은 것.
모기업인 한일합섬이 부도가 나면서 지원이 끊기자 올해초부터 연구원들이
하나 둘씩 떠나버렸다.
이 연구소는 한때 국내 합성섬유 기술개발을 주도하던 곳이었다.
바로옆 한솔건설 기술연구원 부지.
당초 예정대로라면 11월 입주를 목표로 6개동의 건물이 완공돼 있어야 했다.
그러나 13만여평의 부지에는 공사가 중단된 채 버려진 건축자재만 가득
쌓여 있다.
땅바닥에는 "한솔건설 대덕기술원 신축현장"이라고 쓰인 입간판이 나뒹굴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연구단지의 지금 모습이자 "물거품된 기술입국의
꿈"의 현장이다.
대덕연구단지에는 현재 기업연구소 26개, 정부 출연연구소 16개 등 모두
62개 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1년전만 하더라도 박사급 연구원 3천5백여명을 포함, 1만7천명 이상이
연구열기를 뿜어내던 국내최대의 싱크탱크 단지였다.
그러나 이곳은 IMF 관리체제이후 각 연구소의 경비 삭감에다 거센 구조
조정 바람까지 겹쳐 공동화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는 연구지원예산이 일률적으로 20%이상 축소되면서 연구
프로젝트들을 중단시키는 사례가 잇따르고 민간 연구소들은 모기업의 퇴출로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고급 두뇌들은 대거 이곳을 떠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대덕단지 공동화현상은 앞으로 한국과학기술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국정감사 등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대덕연구단지를 떠난 석.박사급 전문연구인력은 정부 출연연구소의
경우만 모두 4백50여명.
민간연구소에서 일하던 연구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천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보통신기술개발의 총본산격인 전자통신연구소(ETRI)은 대규모 인력감축
으로 올해 2백여명이 넘는 연구원이 대학이나 기업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해외로 빠져 나간 연구원도 상당수에 이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42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그만 뒀다.
기계연구원 원자력연구소 자원연구소 등 다른 연구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간 기업연구소는 더욱 심각하다.
올들어서만 전국적으로 모두 52개 기업연구소가 모기업의 구조조정 과정
에서 문을 닫거나 조직이 축소됐다.
대우중공업 대전연구센터는 본사의 폐쇄방침에 따라 1백20여명의 연구원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쌍용중앙기술연구소는 올해초 신소재 연구사업 중단으로 30명이상의
연구원이 퇴출됐다.
한화중앙연구소도 연구부문이 통폐합되면서 40여명의 연구원이 떠났다.
연구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예산이 줄고 파트너 기업의 부도로 중단된 연구과제는
올들어 모두 30여건에 달한다.
생명공학연구소는 선도기술개발사업인 G7프로젝트의 하나로 6년동안 진행
시켜온 신물질치료제 개발연구를 지난 8월 그만뒀다.
정부가 올해분 연구비 2억원을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
결과적으로 그동안 이 연구에 투입된 13억원이상이 쓸모없게 되버렸다.
이처럼 G7프로젝트 과제중 연구비 지원이 중단된 프로젝트는 각 연구소마다
1-2개씩이상은 된다.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오다 자금지원이 끊겨 도중하차한 프로젝트
도 적지 않다.
KAIST는 3년전부터 카멘전자와 함께 뇌파측정기 연구사업을 수행해 왔지만
이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지금은 고가의 연구장비들이 먼지만 둘러쓴채
방치돼 있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연구열기가 아예 식어버린 것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으로 연구원의 신분불안이 커진데다 연구비마저
대폭 깎여 더이상 일할 맛이 안난다"(ETRI 한 연구원)는게 이곳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대덕단지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9%가 신분불안 등을 이유로 연구소를 떠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덕관리본부의 김연익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연구소마다 밤을
밝히며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수 있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오후
6시만 되면 가방을 싸든다"고 전했다.
화학연구소 유성은박사(화학물질연구단장)는 "대덕단지가 이미 공동화되고
있는데도 이같은 과학기술계의 총체적 위기를 나몰라라 하는 정부의 철학
부재에 연구원들은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IMF 관리체제를 극복하더라도 21세기 과학기술
대경쟁시대에서 영영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