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부패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너무나 만연돼 어쩌면 국민들이 무감각해져 버렸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과거 공직자 부패 척결의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혹시"로
시작하여 "역시"로 끝나왔다.

이렇게 쌓여온 한국사회의 총체적 부패는 경제의 엄청난 비효율을 낳았다.

대외적으로는 급격한 신인도의 하락을 가져와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까지 불리우는 현 경제위기로 발전했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부패를 척결해
경제의 효율성과 대외신인도 회복을 이루어 내는 것이 긴요하다.

이러한 부패척결 문제와 관련, 매우 반가운 소식이 하나 들려오고 있다.

지난 97년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서 채택된 "뇌물방지협약"의
이행을 위한 국내 특별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서 최종 입법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보도다.

이 특별법안의 명칭은 "해외뇌물거래방지법"으로 돼있다.

법안의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법의 제안이유는 국제상거래와
관련, 외국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국내법으로 처벌하여
건전한 국제상거래 질서에 기여하려는데 있다.

뇌물방지협약의 효력이 OECD회원국에게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모든 OECD회원국이 외국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자국기업의 행위를
형사 처벌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우리 기업의 공직자에
대한 뇌물수수관념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의 주요골자는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외국공무원
등에게 그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약속, 공여하거나 공여의 이사를 표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형사처벌은 자연인의 경우에는 최고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뇌물을 통한 이익이 1천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그 이익의
2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에도 10억원이하 또는 뇌물을 통한 이익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가 뇌물거래방지를 위한 OECD차원의 국제 협력에 동참하게 되면
우리경제의 효율성 제고와 대외신인도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 기업은 타국의 기업과 경쟁하기 위하여 뇌물공여의 방법보다는
경쟁력 개발에 주력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는 무한경쟁시대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험난한 도전이지만 이러한
과정은 경제활동을 위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된다.

또한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의 시행은 OECD뇌물방지협약이라는 국제 규법을
우리가 준수하는 것이므로 국제적 수준의 부패척결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를 가져와 한국의 대외신인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해외로부터 무기구입 및 과거의 고속전철과 같은 공공조달을 할
경우 정치권과의 검은 뒷거래가 이루어지는 길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의 착실한 이행은 뇌물공여가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시점에서 비OECD국가의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기업에 당장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해외뇌물거래방지법의 시행초기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이 경쟁에서 이겨야 할 대상은 궁극적으로 OECD회원국의
기업이다.

단기적인 경제이익 때문에 한국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될 부패척결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정부는 이러한 취지에서 법의 편의적 운용방지와 우리기업의 단기적인
경쟁상대이기도 한 비OECD회원국의 뇌물수수 방지방안을 하루 빨리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기업도 안이한 대응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뇌물수수와 같은 부패행위의 척결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국제적인 대의이다.

이러한 부패척결의 국제화에 동참하는 우리의 밖에서의 노력이 결국은
안에서의 부패척결을 촉진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부패척결은 이제 전시효과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국내외적인 압력을
총동원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할 시급한 사안이다.

< lee012l@chollian.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