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탁환(30)씨의 전작장편 "불멸"(전4권 미래지성)
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1,2권이 나오자마자 남성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이 소설은
3,4권이 완간된 지난주부터 인기에 가속도가 붙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를 두 계단씩 뛰어오르고 있다.

이 작품이 각광받는 이유는 임진왜란의 영웅으로 신화가 된 이순신을 4백년
세월을 거슬러 우리 앞에 되살려 낸 "힘있는 소설"이기 때문.

이렇다할 대작이 드문 요즘 난세의 영웅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물 연구와 현장답사에 8년동안 매달린 집념의 결실이기도 하다.

소설의 축은 세가지.

먼저 이순신과 원균 이억기 권율 등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는 장수들의
이야기가 기둥을 이룬다.

다음은 전쟁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왕실과 조정 대신들.

선조와 광해군, 유성룡 윤두수 이덕형 이항복 정탁 등의 이해다툼이 얽혀
있다.

여기에 명필 한석봉, 영원한 혁명가 허균,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등 민중과
더불어 전쟁의 어둠속에서 빛을 찾는 예술가들이 가세한다.

김씨는 "이들 세 층위의 사나이들이 서로 뒤엉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엮어 보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물론 이들을 희망의 출구로 안내하는 여인들의 사연도 무늬져 있다.

대마도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와 이순신의 사랑을 받는 박초희,
여진의 춤추는 보석 무옥 등이 그들이다.

당시의 풍속과 문화를 복원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4백년 전의 복식과 지도 의술 무기 군선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그동안 나온 이순신 관련 소설들이 "이충무공전서"를 바탕으로 한데 비해
그는 "선조실록"을 뼈대로 삼았다고 말했다.

고향 진해에서 4년간 해군사관학교 교관을 지낸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그곳에서 이순신과 임진왜란에 관한 자료를 손바닥 보듯 훑을 수 있었고
그만큼 생생한 묘사도 가능했다.

그는 "역사 속의 인물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는 안중근에 관한 얘기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계간 "상상" 편집위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소설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 "치욕" 등과 비평집 "소설중독"
"진정성너머의 세계"를 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