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 무역협회 상무이사 >

1년을 넘도록 달러당 1백30~1백40엔대를 넘나들던 엔화환율이 작년
7월이후 1년 3개월만에 1백14엔대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원.엔환율도 1백엔당 1천1백원대를 넘어서 우리 상품의 대일
경쟁력을 개선하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년 한때 엔.달러 환율이 1백45엔을 넘어서자 원.엔환율은 1백엔당
8백50원대로 하락하여 IMF(국제통화기금)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인적도 있다.

이제 원.엔환율이 적정수준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매우 다행이다.

우리 경제가 현재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환율정책면에서의 오류도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환율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적정수준이 어느 수준이냐를 찾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외환
시세의 등락이 극심할 때는 적정수준 뿐만 아니라 환율의 안정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5년초 이후 IMF구제금융을 받던 작년 10월까지 환율운용에
잘못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95년5월말 달러당 80엔 수준이었던 엔화환율은 97년 10월말까지 1백21엔으로
약 50% 상승(엔화가치하락)하였다.

같은 기간 원화의 대달러환율은 달러당 7백60원에서 9백15원으로 20% 상승
(원화가치하락)하여 원화의 대엔화환율은 1백엔당 9백원에서 7백50원으로
16%나 하락하는 왜곡을 초래하였다.

환율운용에서 우리의 산업구조는 일본과 가장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류 등 우리의 주력산업의 주된 경쟁국은
일본이다.

품질과 기술면에서 일본과의 격차를 인정한다면 한일간 가격경쟁력의
유지가 수출증대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원.엔환율의 적정수준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올해로 IMF구제금융이후 원.달러환율의 상승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수출은 날이 갈수록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원.달러환율의 상승으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나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환율이 상승한데다 아시아를
비롯한 수출시장의 경기가 침체되었고 국내적으로는 금융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자금난과 이에따른 산업기반의 붕괴가 수출의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환율만이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었을 때 이를 보전하여 대외거래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은 틀림없다.

또한 환율이 장기간 적정수준을 이탈했을 경우에는 산업경쟁력이 약화된다.

최근 엔화가 강세로 반전됨으로써 우리의 대일경쟁력이 개선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수출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금융경색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여 부도기업이 누적되고 공장의 가동률이
60%에 불과하는 등 국내산업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경제는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우리의 금융 및 산업여건을 감안해보면 이제는 우리의 대외
경쟁력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적정 원.엔환율 수준이 1백엔당 1천원이
아니라 1천2백원 내외로 보며 이러한 선에서 환율이 장기간 안정화되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