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관들 '머리'로 뛰어라 .. 박영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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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장관들이 지난주 한 회의석상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심한 질책을
들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경제회복 전망에 대해 한마디로
"답답하다"고 표현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의 질책이 나온 배경은 최근의 경제상황을 생각해 보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가 과연 언제 살아날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수 없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돼있다.
실업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국민들의 고통은 깊어질수 밖에
없다.
국민 모두는 지난 1년동안 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묵묵히 고통을 참고
견뎌왔다.
지금은 어렵지만 1년만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제회생의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대통령도 답답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또 다시 경제장관들의 활약상에 기대해 볼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다행히도 대통령의 꾸중을 들은 경제장관들은 벌써부터 열심이다.
경쟁적으로 중소기업을 찾아다니고 여기저기 강연도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가만히 앉아 "감놔라 배놔라"하던 종전의 태도와 비교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경제장관들이 심기일전해 분발한다고 경제가 살아날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장관들의 사고와 정책결정및 집행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수반되지
않으면 "요란한 빈수레"에 그치고 말 공산이 크다는 느낌이다.
우선 경기대책을 보자.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돈을 풀고 있으나 효과는 별로다.
도무지 약발이 받지 않는다.
은행에서 돈을 풀어도 현장에서 돈을 찾아보기 어렵다.
장관들이 너나없이 은행장을 만나 "돈을 풀으라"고 채근하고 있지만 과연
협박과 읍소로 해결될 문제인지 의문이다.
실업대책도 마찬가지다.
10조여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장관들이 발이 닳게 뛰어 다닌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듯 하다.
이처럼 굵직한 정책들이 서로 꼬이고 효과도 내지 못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정책의 타이밍이 잘못됐다.
정책은 장단기 대책이 조화를 이뤄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장기 대책이 없다.
단기 대책만 중구난방으로 나온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부도로 다쓰러진 후에야 돈을 푼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국내에서 산업기반이 무너진다고 아우성일때는 가만히 있다가 외국 학자들
이 지적하자 그제서야 돈을 푼다고 야단이다.
둘째는 실무경험이 없는 관료들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현장과 괴리돼 있으니 성리학파들만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장에서 실행되기 어려운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셋째는 과거의 정책과 수단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정책중에서도 좋은 점은 다시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개발은 외면한채 은행장만 몰아세우는
과거의 경험만을 답습하는건 문제가 아닐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보면 결론은 간단해 진다.
장관들로 하여금 열심히 뛰게 하되 정책개발및 실행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전문가도 기용하고 외국인도 데려다 써야 한다.
외국도 다 그렇게 했다.
멕시코의 경우 주택저당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기관에 맡겼다.
작업은 성공적이었으며 일자리창출 효과도 엄청났다.
영국에선 외국 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는 상무관을 기업인 출신중에서 공모
하고 있다.
실무 공무원에 빈자리가 생기면 부처내에서 승진하는게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다.
경기가 바닥을 헤메고 있는게 경제장관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몰아세우는건
비약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과연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에 대해선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다.
그저 기득권에만 안주하려 하는 관료집단과 자신의 보신에만 급급해 왔다는
느낌을 떨칠수 없다.
경제장관들은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그저 발로만 뛰어선 안된다.
발로 뛰기 전에 우선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자칫하면 경제장관들조차 외국의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이어서 하는 말이다.
<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
들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경제회복 전망에 대해 한마디로
"답답하다"고 표현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의 질책이 나온 배경은 최근의 경제상황을 생각해 보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가 과연 언제 살아날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수 없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돼있다.
실업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국민들의 고통은 깊어질수 밖에
없다.
국민 모두는 지난 1년동안 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묵묵히 고통을 참고
견뎌왔다.
지금은 어렵지만 1년만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제회생의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대통령도 답답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또 다시 경제장관들의 활약상에 기대해 볼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다행히도 대통령의 꾸중을 들은 경제장관들은 벌써부터 열심이다.
경쟁적으로 중소기업을 찾아다니고 여기저기 강연도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가만히 앉아 "감놔라 배놔라"하던 종전의 태도와 비교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경제장관들이 심기일전해 분발한다고 경제가 살아날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장관들의 사고와 정책결정및 집행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수반되지
않으면 "요란한 빈수레"에 그치고 말 공산이 크다는 느낌이다.
우선 경기대책을 보자.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돈을 풀고 있으나 효과는 별로다.
도무지 약발이 받지 않는다.
은행에서 돈을 풀어도 현장에서 돈을 찾아보기 어렵다.
장관들이 너나없이 은행장을 만나 "돈을 풀으라"고 채근하고 있지만 과연
협박과 읍소로 해결될 문제인지 의문이다.
실업대책도 마찬가지다.
10조여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장관들이 발이 닳게 뛰어 다닌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듯 하다.
이처럼 굵직한 정책들이 서로 꼬이고 효과도 내지 못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정책의 타이밍이 잘못됐다.
정책은 장단기 대책이 조화를 이뤄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장기 대책이 없다.
단기 대책만 중구난방으로 나온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부도로 다쓰러진 후에야 돈을 푼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국내에서 산업기반이 무너진다고 아우성일때는 가만히 있다가 외국 학자들
이 지적하자 그제서야 돈을 푼다고 야단이다.
둘째는 실무경험이 없는 관료들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현장과 괴리돼 있으니 성리학파들만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장에서 실행되기 어려운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셋째는 과거의 정책과 수단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정책중에서도 좋은 점은 다시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개발은 외면한채 은행장만 몰아세우는
과거의 경험만을 답습하는건 문제가 아닐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보면 결론은 간단해 진다.
장관들로 하여금 열심히 뛰게 하되 정책개발및 실행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전문가도 기용하고 외국인도 데려다 써야 한다.
외국도 다 그렇게 했다.
멕시코의 경우 주택저당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기관에 맡겼다.
작업은 성공적이었으며 일자리창출 효과도 엄청났다.
영국에선 외국 주재 대사관에 근무하는 상무관을 기업인 출신중에서 공모
하고 있다.
실무 공무원에 빈자리가 생기면 부처내에서 승진하는게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다.
경기가 바닥을 헤메고 있는게 경제장관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몰아세우는건
비약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과연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에 대해선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다.
그저 기득권에만 안주하려 하는 관료집단과 자신의 보신에만 급급해 왔다는
느낌을 떨칠수 없다.
경제장관들은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그저 발로만 뛰어선 안된다.
발로 뛰기 전에 우선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자칫하면 경제장관들조차 외국의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이어서 하는 말이다.
< yg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