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기로에 섰다.

총력을 기울여 추진해온 기아자동차 인수 실패로 사업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인수 실패는 삼성에 두가지 점에서 악재다.

하나는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온 자동차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제조업 분야 사업이 취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자동차 사업의 향방이다.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시작할때 기아 인수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며
"해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여건을 볼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정부는 앞으로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당장 이업종 상호지급보증 연내 해소방침을 들고 나왔다.

삼성으로선 부담이 아닐수 없다.

전자나 생명등 이업종 계열사의 도움으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삼성자동차가 이들 계열사 도움없이 홀로서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객들도 애프터서비스등을 우려해 삼상자동차 구매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건희 회장 취임이후 최대의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자동차 사업을
어떤 형태로든 정리할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그룹 일각에선 골치아픈 자동차 사업을 정부가 앞장서 정리해주니
오히려 호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자동차 사업전망 불투명보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 분야사업의 급속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은 87년12월 취임이후 제조업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해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제조업 분야 사업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석유화학 사업은 현대와 통합해 외자를 유치할수 밖에 없게 됐으며 항공기
조립사업도 항공3사 통합법인으로 넘겨야 할 처지다.

건설중장비는 스웨덴 볼보사에 매각했으며 발전설비와 선박용엔진 사업은
한국중공업에 넘길 예정이다.

전자와 금융부문 사업 정도만이 온전하게 남게되는 것이다.

자동차 사업에 대한 삼성의 집착은 광범위한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 시작당시 전기 자동차가
실용화하면 그룹 전자사업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복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동차 사업 불투명은 그룹 장기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이다.

당장 자동차 사업과 연계해 짠 장기경영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기아와 아시아자동차가 라이벌인 현대로 넘어감에 따라 재계
랭킹도 현대 1위, 삼성 2위로 굳어지게 됐다.

기아와 아시아자동차 매출은 7조6천억원(97년기준), 자산은 지난
6월말현재 7조7천억원이다.

기아와 아시아자동차를 더하면 현대의 매출은 89조원으로, 자산총액은
81조2천억원으로 늘게 된다.

삼성의 매출 84조7천억원, 자산 64조5천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삼성은 앞으로 조용한 가운데 물밑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그리고 앞으로 어느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지가 당장 주목거리다.

전자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는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분야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