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평양냉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평안도와 황해도 서북부지방의 향토음식인 "냉면"을 파는 음식점이 서울에
생기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 때부터였다.
궁중음식 관계책임자였던 조순환이 1890년에 개업한 명월관에서도 냉면을
팔았다.
당시에 나온 요리책 "부인필지"는 명월관 냉면이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고 무와 유자 배를 얇게 저며 넣고 제육과 달걀지단 잣을 얹었다"고 전하고
있다.
순종에게 왕위를 내준 고종이 야참으로 이와 비슷한 냉면을 즐겨 들었다는
상궁의 증언도 남아있다.
이보다 앞서 1849년에 나온 "동국세시기"에도 "메밀국수를 무.배추김칫국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고 기록해 놓았다.
오늘날의 비빔냉면을 "골동면"이라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구한말 당시의 냉면이 꼭 요즘의 평양식과 같은 냉면이었는지는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무김치국물이 아니라 소.닭.돼지고기를 한데 삶아 식힌 육수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실제로 평양을 방문해 유명한 대형국수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맛을 보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한의 냉면맛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에다 귀순자들이 차려놓은 냉면전문점인 모란각 고향랭면 진달래각의
냉면맛도 별다르지 않다.
대북교역업체 한 곳이 "평양 옥류관 서울분점"을 운영하기로 하고 북한의
무역대행업체와 최근 계약을 끝냈다는 소식이다.
서울서도 먹을 수 있게 될지 모를 옥류관 냉면맛은 어떨는지.
중국음식이 푸짐하고 기름진 특색을 지녔다면 일본음식은 담백하고 화려한
색감이 특징이라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음식의 매력은 곰삭을 대로 삭아 우러나는 손맛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본고장에서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져 내려온 평양냉면의 맛을
과연 재현할 수 있을지.
분단된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아직 같은 말, 같은 글을 쓰고 같은 음식맛을
지니고 있는 한민족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다려 보면 전주나 진주의 비빔밥전문점이 평양에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
생기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 때부터였다.
궁중음식 관계책임자였던 조순환이 1890년에 개업한 명월관에서도 냉면을
팔았다.
당시에 나온 요리책 "부인필지"는 명월관 냉면이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고 무와 유자 배를 얇게 저며 넣고 제육과 달걀지단 잣을 얹었다"고 전하고
있다.
순종에게 왕위를 내준 고종이 야참으로 이와 비슷한 냉면을 즐겨 들었다는
상궁의 증언도 남아있다.
이보다 앞서 1849년에 나온 "동국세시기"에도 "메밀국수를 무.배추김칫국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이라고 한다"고 기록해 놓았다.
오늘날의 비빔냉면을 "골동면"이라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구한말 당시의 냉면이 꼭 요즘의 평양식과 같은 냉면이었는지는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무김치국물이 아니라 소.닭.돼지고기를 한데 삶아 식힌 육수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실제로 평양을 방문해 유명한 대형국수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맛을 보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남한의 냉면맛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에다 귀순자들이 차려놓은 냉면전문점인 모란각 고향랭면 진달래각의
냉면맛도 별다르지 않다.
대북교역업체 한 곳이 "평양 옥류관 서울분점"을 운영하기로 하고 북한의
무역대행업체와 최근 계약을 끝냈다는 소식이다.
서울서도 먹을 수 있게 될지 모를 옥류관 냉면맛은 어떨는지.
중국음식이 푸짐하고 기름진 특색을 지녔다면 일본음식은 담백하고 화려한
색감이 특징이라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음식의 매력은 곰삭을 대로 삭아 우러나는 손맛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본고장에서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져 내려온 평양냉면의 맛을
과연 재현할 수 있을지.
분단된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아직 같은 말, 같은 글을 쓰고 같은 음식맛을
지니고 있는 한민족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다려 보면 전주나 진주의 비빔밥전문점이 평양에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