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는 공정률 조작의혹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공정한 제3자 전문집단이라던 평가자문위와 최종 협의없이 3차
수정안을 내놓은 데다 대전.대구 도심통과구간 지하화, 중앙역사 선정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을 2단계 사업대상으로 넘겨 놓는 등 말썽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더욱이 IMF체제 아래서 투자재원 조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업
자체가 예정대로 추진될지도 의문이다.

고속철도사업의 주요 쟁점사항은 다음과 같다.

<> 졸속추진 시비 =경부고속철도 평가자문위원회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건교부가 서둘러 3차 사업계획수정안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다.

일부 평가자문위원들은 이에 반발, 건교부에 위원 사퇴서를 등기속달로
보내는 등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업성 검토와 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청와대와 기획예산위원회, 감사원에서 추천한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사업성 검토팀"과의 불화도 문제다.

이 팀은 "수송수요, 편익산정 등 분석상 한계점이 많아 향후 정책결정
과정에서 분석결과상 수치에만 의존할 경우 오류가 많다"며 사업계획의
전면 검토를 주장했지만 건교부는 이를 무시하고 독자안을 내놓아 강한
반발을 샀다.

<> 사업타당성 =사업성분석 기초자료와 운행요금 타당성도 논란거리다.

평가자문위원인 이정전 서울대교수는 "사업성 검토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교통량 평가의 경우 지난해 9월의 분석자료를 사용했다"며 "IMF 구제금융
이후의 수요예측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루 24만5천명으로 돼 있는 예상수요가 지나치게 부풀려 있다는 것이다.

역시 평가자문위원인 임강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요금의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도쿄~오사카간 항공요금이 1만5천5백엔(15만원)인데 비해 신칸센은
1만4천4백30엔(14만원)으로 항공요금의 90% 정도라는 것.

그러나 경부고속철도는 항공요금의 70%인 3만3천4백10원으로 결정돼 추가
인상의 여지가 있으며 이럴 경우 수요가 줄 것이란 주장이다.

<> 2단계 사업 시비 =대구 대전 도심구간을 지하화하고 대구~부산을 고속
철도화하는 2단계 사업의 현실성도 논란이 많다.

1단계 공사에서 대구~부산간 기존선 전철화 등에 쓰인 7천8백47억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 대전~대구 도심구간 지상화및 경주 경유 배제 =지난 90년 기본계획
확정때는 이들 구간을 지하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1차 수정(93년 6월)에는 지상으로, 95년 2차 수정때는 지하로 변경
했다가 3차 수정에서 또 다시 지상으로 조정됐다.

건교부는 3차 수정으로 대전의 경우 지하로 했을때 드는 사업비보다
6천9백36억원, 대구는 5천2백63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잦은 계획변경으로 정부 신뢰도가 추락했고 도시분리와 소음피해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주노선 변경도 문제다.

경주 경유를 전제로 개발이익을 기대했던 경주시민들이 강력히 반발, 정치권
에 대한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또 다른 사업변경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재원조달 =건교부는 고속철도사업을 위해 모두 12조7천3백7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재원조달 전망이 밝지 않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예산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국고에서 출연금(35%)과 재정융자(10%) 등 5조7천3백2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55%는 고속철도공단이 자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정부족에 시달리는 현 시점에서 연평균 6천5백억원을 조달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단이 발행해야할 채권 규모가 3조8천6백억원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의
물가상승세를 감안하면 발행규모가 더 늘어날 판이고 여건상 국내에서 소화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