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6월 첫삽을 뜬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지금까지 세차례나 대수술을
받았다.

잦은 설계변경과 노선.역사위치 수정, 부실시공 등이 결합돼 공사가 계획
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누더기 사업"이란 오명을 얻은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다.

사업계획이 가장 크게 바뀐 때는 대전~천안간 시험선 구간을 착공한지
1년만인 지난 93년 6월 건교부가 1차 사업계획수정안을 발표했을때다.

이때는 완공시기를 2001년으로 3년 늦추면서 사업비도 당초 계획보다
2.5배 늘어난 14조원으로 산정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지하역사 대신 지상역사로 설계가 대폭 바뀌었다.

지난해 9월 마련된 2차 수정안은 개통시기를 2005년으로 늦추고 사업비도
17조6천억원으로 늘렸다.

고속철도 신설구간은 서울~대구까지로 하고, 대구~부산간은 기존 선로를
전철화하기로 했다.

대구와 대전역사는 다시 지하화로 환원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10개월만에 다시 변경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경제난국을 맞아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1,2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개통하겠다는 3차 수정안이 진통끝에
나온 것.

3차례에 걸친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노선만도 수차례 변경됐고 대전.대구
역사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특히 경주노선은 문화재 파괴를 우려한 문화계 인사들과 공정차질을 우려한
건교부의 줄다리기 끝에 당초 시내 통과에서 형산간~건천리~화천리 우회노선
으로 97년 1월 확정됐다.

같은해 2월에는 폐광지대가 발견된 상리터널 구간을 동쪽으로 5백m
우회키로 했다.

여기에다 이번에 오락가락하는 공정률 문제까지 새롭게 불거져 나와
만신창이가 된 경부고속철도사업은 또 한번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