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시설투자가 늘면 수입이 비례해 증가한다"

한국의 산업구조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신제품 개발과 생산이 부품및 소재 수입을 부추기고 시설투자가 기계류의
수입을 유발하는게 한국 산업의 현실이다.

국내 자본재 산업이 취약한 탓이다.

자본재수입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꼽혀온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자본재 산업분야의 무역적자는 만성적이다.

이 분야 무역수지(이하 가전과 반도체 제외)는 적자규모가 94년
1백57억달러에서 95년 2백16억달러, 96년 2백33억달러로 매년 증가했다.

97년엔 1백16억달러로 다소 줄긴 했지만 산업 전체에 끼치는 부담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특히 미국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2백34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자본재 산업이 허약한 이유는 우선 참여 기업이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기술투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국산제품을 기피하는 경향 등 국산 자본재가
발붙이기 힘든 토양도 문제다.

자본재를 생산하는 기업과 수요기업간의 연계 미흡도 자본재 산업을
취약케 만든 배경이다.

하지만 IMF관리체제아래서 자본재 산업이 무역적자 주범이라는 멍에를
서서히 벗기 시작했다.

올상반기 국내 자본재 산업은 5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이는 시설투자 위축에 따른 수입감소가 주원인이다.

올상반기 자본재 수입규모는 1백62억달러로 지난 한햇동안의 5백40억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국산 자본재가 수입대체와 수출증대를 통해 무역흑자를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환율상승으로 더욱 비싸진 외국자본재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기업이
차츰 늘고 있다.

이에따라 불황을 겪고 있는 내수및 해외시장에서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자본재 업체들이 적지 않다.

대원기계공업의 올상반기 매출은 1백37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84억원)보다
63% 증가했다.

대모엔지니어링은 저소음 구조물 파쇄기 등으로 올상반기에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 매출은 39억원이었다.

굴뚝 배출 가스자동측정기 등 환경계측기 전문업체인 정엔지니어링도
올상반기에 작년보다 11% 증가한 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고는 특히 일본이 주도해온 자본재 시장에서 국산 자본재가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

내수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선전하는 국내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수출 증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자본재 업계는 올상반기 작년보다 소폭 증가한 2백20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산업연구원의 송병준 자본재산업실장은 "환율이 상승한 지금이 외국
자본재 수입을 대체할수 있는 호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재 국산화를 지금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 나중에 경기가
되살아나 자본재 수요가 늘어날때 또 다시 무역적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원가부담 때문에, 개도국은 기술력 부족으로 자본재 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고있다.

국내 기업이 선두기업군에 합류할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부품업계에 외자유치가 러시를 이루고 있듯 자본재 업체중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본재 산업의 육성이 수입 유발적 산업구조를 개선할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란 점에서 이같이 경쟁력 있는 자본재 업체를 발굴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본재 국산화는 수입제품의 공급가격까지 하락시킴으로써 국내
수요기업의 외화절감에도 크게 기여한다.

파급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산업기술정책연구소가 사업화에 성공한 94개 기술개발에 대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술은 매출을 통해 거둔 이익 말고도 수입제품의
가격하락을 유도, 건당 5년간 33억원의 외화절감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영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자본재 국산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설비를 공급하는 외국기업을 통해 이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의 개발정보를
쉽게 빼낼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자본재 수입에 따른 경영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한국 자본재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국산 자본재가
한자리에 모인다.

제2회 국산 개발 우수자본재 전시회가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국립기술품질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1백90개사가 4백70개 부스에서 총4천6백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참가하는 업체는 모두 신기술마크(NT) 우수품질마크(EM) 세계우수자본재
우수재활용품 품질인증마크(GR)를 획득했거나 지정된 업체들이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이 전시회는 국내에서 개발된 자본재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홍보,
판로를 넓혀 주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국가가 인증한 우수기술의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것도 배경이다.

개발기술의 교류및 확산에도 목적이 있다.

개발의욕을 고취한다는 차원에서 전시회 첫날인 27일 우수자본재 개발에
기여한 기업과 사람에게 포상하는 시상식을 개최한다.

동탑산업훈장을 받는 대한정기의 김의경 대표 등 21명의 유공자와 대통령
표창을 받는 창민테크 등 33개 기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시제품은 관람객의 이해와 편의를 위해 공작기계 섬유.농기계 등
10개분야로 구분돼 전시된다.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분야는 배관기자재로 영동공업의 수도관
연결부, 고성산업의 고무시트밸브 등 28개사 제품이 선보인다.

냉난방.환경기기분야에서도 영엔지니어링의 촉매연소로 등 22개사 제품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끌 것으로 보인다.

10개 분야와는 별도로 대진의 이중벽구조 배수관등 우수재활용품과
센추리의 스크롤압축기 등 정부가 지정한 세계우수자본재도 전시된다.

전시회 기간중 부대행사로 NT 등 기술인증마크및 EM제품 하자보증제도를
안내하는 설명회가 열린다.

우수 자본재 개발 사례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회 입장료는 무료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전시회는 앞으로는 2년마다 짝수년에 개최된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