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엄격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내달 발표될 한 보고서에서 세계은행(IBRD)과
IMF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아시아 기업과 은행들에 자금을 지원할때 이들이
국제회계기준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를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UNCTAD의 정부간 회계감사분야 전문가그룹(ISAR)이 작성한 보고서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대해 엄격한 회계감사 시스템이
조기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세계 5대 회계법인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지 않은 경우
회계감사 소견에 회계불일치 내역을 공표하도록 촉구했다.

이는 아서 앤더슨 등 세계 5대 회계법인이 아시아 기업들의 대규모 부채
등을 은폐한채 잘못된 회계보고서를 그대로 승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본 등의 73개 대기업과 은행
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세계 5대 회계법인
의 회계감사 승인을 받았다"며 "회계감사 소견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기업들이 불과 몇개월도 안돼 쓰러진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언스트&영, KPMG, 딜로이트투시도마쓰,
아더앤더슨 등 미국 5대 회계법인들이 엉터리 감사소견을 남발해 위기를
악화시킨 점도 꼬집었다.

이에앞서 세계은행(IBRD)은 세계 5대 회계법인에 대해 국제적 회계기준을
갖추지 못한 아시아 국가들의 회계보고서 작성에 더이상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했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