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녹색의 융단같은 그린 위에서의
퍼팅이다.

남자들은 어릴적 부터 구슬치기 처럼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어서 하는
놀이에 익숙해 있어서 구멍놀이에 미묘한 흥취와 스릴을 느낀다.

그래서 큰 대회던 작은 대회던 간에 마지막에 퍼팅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멋진 장면이니 실패하고 열화같이 화내는 장면과 애석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부터 구멍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각종 스포츠를 보면 농구, 핸드볼 축구 등과 같이 크고 작은 구멍에
둥근 공을 집어넣는 것이 대부분이다.

구멍이라면 가장 오묘한 것으로 음호가 있다.

옛중국의 성서에 보면 음호삼중문이라는 말이 있다.

음호의 오묘함을 세가지로 표현하는 말이다.

첫째는 제일통천으로 끝이 없는 동굴이란 뜻이요, 둘째는 점입가경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막다른 곳이요, 셋째는 정신이 오간 곳이 없고 오로지
구름 위에서 뛰노는 황홀감만 가득찬 극락세계란 뜻이다.

이 문을 다루는 기법으로 아홉번은 얄게 한번은 깊게 입실하는 구천일심법
이었다고 한다.

그린 위에서의 퍼팅도 논산훈련소 사선에서 배운대로 숨을 멈추고 방아쇠
일단 이단을 부드럽게 서서히 당기듯 백스윙하되 마지막 폴로우 스윙은 홀을
향하여 길고 과감하게 퍼터를 밀어대야 한다.

나도 아직까지는 주말 골퍼이기 때문에 주말에 각계각층의 사람들하고
함께 라운딩할 수 있는 기회를 갖다보면 사람마다 각양각색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드라이브 샷에서 통쾌함을 페어웨이 샷에서 회열을 어프로치 샷에서 만족을
퍼팅에서 짜릿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중에서 무엇보다도 퍼팅을 성공시키는 즐거움이 최고다.

골프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과정이야 어떻든간에 홀에 공을 넣는
것이 목적이며 이때문에 퍼팅으로 홀인하는 순간에 가장 환호하며 좋아하는
것이다.

김삿갓이 팔도유람하는 중에 하루저녁 객고를 풀고나서 상대방 여자와 주고
받는 홀에 관한 시 한구절을 소개한다.

수심내활 필과타인/후원황율 불봉개 계변양유불우장

털구멍은 깊고 안은 넓으니 반드시 다른 사람이 지나갔겠구나/
뒷뜰의 누런 밤송이는 벌에 쏘이지 않아도 벌어지며 개울가 수양버들은
비가오지 않아도 자라는도다.

< 장홍열 한국신용정보(주) 사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