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해있는 과학기술부 산하 14개 출연연구소가 올들어
지난8월까지 국내 출원한 특허는 모두 3백97건.

지난해 같은기간 5백여건에 비해 20%이상 줄어들었다.

기업들과 공동연구가 비교적 활발한 기계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특허출원
건수는 60건에 달했으나 올해는 8월까지 겨우 17건에 그쳤다.

생명공학연구소도 작년 1백3건에서 올해는 절반수준인 58건에 불과했다.

한국전기연구소는 작년 27건에서 15건으로 줄어들었다.

대부분 다른 연구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허 출원건수는 곧 그 분야 연구가 얼만 활발하게 이뤄지고 잇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따라서 이같은 특허 출원건수의 급격한 감소는 대덕연구단지의 가라앉은
연구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평소같으면 매일 수십건씩의 연구성과물을 쏟아내야 할 대덕연구단지가
조용히 잠자고 있는 것이다.

각 연구소마다 연구성과 홍보에 열올리던 모습도 올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연구가 생명인 연구소에서 연구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에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올들어 정부는 출연 연구기관 지원예산을 전년대비 20%이상씩 줄였다.

기업들도 IMF관리체제이후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연구개발
투자비를 평균 21%정도 감축했다.

이에따라 지원규모가 축소돼 연구가 기약없이 지연되거나 연구비 지원이
끊겨 프로젝트가 아예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초고속 위성통신망 핵심기술
개발사업은 정부의 선도기술개발(G7)과제중 하나로 모두 40억원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21세기 차세대 위성통신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반기술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지금 중도하차할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가 올해 지원키로 했던 15억원의 연구비를 9억원으로 대폭 줄인데다
내년에는 지원여부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중단될 경우 지금까지 투자했던 19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갈
판이다.

전기연구소가 중소기업인 (주)우진기전과 공동 프로젝트로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산업용 무선 광통신모델 개발사업.

99년 10월까지 모두 5억4천여만원이 소요돼야 하는 이 사업은 2억5천만원
투자를 끝으로 더이상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우진기전이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고가로 구입해놓은 장비는 먼지만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이처럼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줄면서 연구가 멈춰버린 프로젝트는 대략
3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G7프로젝트의 경우 올초 정부가 계속사업 선정과정에서 상당수 과제를
탈락시켰다.

각 연구소별로 1~2개 이상씩은 된다.

G7프로젝트에 이미 투자된 연구비가 개별 과제당 평균 5억~7억원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미뤄보면 결국 1백50억~2백억원의 연구비를 아무런 성과없이
날려버린 셈이다.

프로젝트 중단은 곧바로 비싼 외화를 들여 수입한 고가 연구기자재의
사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사용되지도 않은 채 버려진 고가장비는 그 정확한 규모가
어느정도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현재 과기부 산하 각 출연연구소는 도입가격 3만달러(4천2백여만원)이상
고가장비를 평균 2백~3백대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방치돼 있거나 사용실적이 연간 한 두번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출연연구소 소장은 "경제가 어렵다고 연구개발 투자마저 줄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0년대초 경제위기가 닥치자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늘려
오늘날 첨단산업 국가로 탈바꿈한 이스라엘의 경우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덕=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