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언급한 "남북 공동 석유개발 사업"의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한간 민간차원의 협력사업중 유전개발이 언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관계자들은 일단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며 한발 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업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 북한의 유전개발 사업 =정 명예회장이 유전 지역으로 꼽은 "북한 연안"
은 남포 앞바다로 추정된다.

올해초 조총련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 서해 서조선만(서한만) 분지에
50억~4백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원유 매장지역을 7곳으로 꼽고 이중 서조선만분지와
안주분지를 유망하다고 전했다.

또 이 곳과 인접한 남포 앞바다에서 지난해 4백50배럴의 원유를 채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명예회장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내 유전정보는 이런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다.

북한은 지난 93년 7월 원유탐사총국을 원유공업부로 승격시키면서 유전
탐사를 본격화했다.

외국과의 합작도 추진해 이탈리아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의 여러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가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스웨덴의 토러스페트롤륨(Taurus Petroleum)사가 서해
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비치페트롤륨(Beach Petroleum)사도 동해에서 각각
탄성파 탐사를 했다.

현재 북한은 외화가 부족해 시추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외국기업과의 합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현대의 계획 =정 명예회장을 수행한 현대건설 김윤규 사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업은 아니다"라면서 "예전에 한번 북한 석유
개발 가능성에 관한 얘기는 있었지만 이야기할 단계도 아니고 북측과 이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이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추진쪽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현대 계열사중 활발하게 자원개발을 벌이는 곳은 현대종합상사.

대부분 지분참여 형태이고,직접 탐사를 벌인 사업은 없다.

기술진도 절대 부족인 상태다.

경제성있는 유전을 찾을만한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대의 북한 유전개발사업 참여가 자금지원을 통한
지분참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탐사권을 직접 사들인다면 한국석유개발공사 등 유전개발 전문기관과
제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른 업체들과의 컨소시움을 통한 개발도 예상된다.

유전개발의 경우 성공율이 희박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통상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지는게 일반적이다.

만약 개발참여한 유전의 경제성이 확인될 경우 현대로선 엄청난 설비물량을
수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중공업등은 해상플랜트나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경험이 풍부하다.

석유 생산시설을 건설할 상황에 이른다면 그 물량은 현대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북한의 유전사업에 참여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북한내 유전탐사 정보에의 접근 가능성.

북한은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외자유치 설명회를 가졌었다.

당시 유일한 참여업체였던 유개공은 광구유망성 확인을 위해 탐사자료
제공과 책임있는 기관과의 직접협의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진전사항은 없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