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북한방문은 지난 6월 1차 방북에 비해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1차 방북에 버금가는 의의를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정 회장이 방북 기간중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회장과 김정일의 면담성사는 북한 잠수정 침투후 한동안 우여곡절을
거듭해온 현대의 각종 대북 경협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신호탄이
된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즉 김정일과의 면담은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금강산관광.개발사업, 서해안
공단개발 등 각종 대북경협사업을 북한 최고당국자가 최종 확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현대의 대북사업은 북한 최고당국자의 의지에 따라 시행되는
최초의 남북경협사업으로 그 진행속도가 훨씬 빨라질 전망이다.

면담성사는 또 현대가 추진중인 대규모 경협사업의 안전판으로 작용해
사업의 리스크를 상당부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즉 북한측이 최고당국자가 공식 승인한 사업에 대해 과거와 같이 사소한
이유를 들어 중도에 중단시킬 가능성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정 명예회장은 김정일이 집권후 면담하는 최초의 기업인이 된다는
점에서 향후 현대가 대북사업에서 특수한 지위를 누릴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밖에 대북경협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을 자극해 침체된
남북경협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정 명예회장과 김정일간 면담성사는 또 국내에 일고 있는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고 햇볕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면담자체가 햇볕론과 정경분리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새 정부의
노력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이견을 달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대북사업은 필연적으로 남.북 당국간
협조를 수반할 수 밖에 없어 남.북당국간 대화의 새로운 매개체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이후 악화되고 있는 일본과 미국내의
대북 강경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