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들이 잇달아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돌아보고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를
점검했다고 한다.

지난 25일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은 휴일마저 반납하고 경기도 안양공단을
찾았다.

26일에는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도 안산지역의 중소업체를 방문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현장에 나선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게 한은 관계자
의 설명이다.

지난주엔 보험감독원장 등 금융감독기구의 책임자들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늘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관련 금융기관장들을 불러 대출을 확대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경제장관들이 경제현장을 방문하는건 지극히 당연하다.

현장을 모르고 정책처방을 내리는 것은 어쩌면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장관들의 방문 "러시"는 왠지 어색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주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장관들이 현장에 나가지
않는다고 질책한 이후 생긴 현상이어서 더욱 그렇다.

중앙은행 총재가 현장을 찾아가고 금융감독기관장이 협박과 읍소를 섞어
가며 대출을 부탁하면 당장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현장에서 원하는 것은 장관들의 현장방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서라도 신용경색을 풀어
달라는 것이다.

장관들의 어색한 방문러시보다는 자연스럽게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마련이 아쉬운 시점이다.

정태웅 < 경제부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