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발원지는 아시아다.

그렇다면 해결의 단초도 아시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재계를 대표하는 김우중 전경련회장과 이마이 다카시
일본 게이단렌(경단련) 회장이 내린 결론이 그렇다.

김 회장은 28일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가 주최한 언론인 경제강좌
초청강연에서 수출을 늘리는게 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금융시스템 등을 개혁하면서 헤지펀드 등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다면 한국경제가 빠른 시간안에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이 회장은 각종 규제를 철폐해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기업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반기술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면
일본 경제는 쉽게 위기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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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 전경련 회장 >

*** 언론인 경제강좌 강연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많은 기여를 해 외환위기는 한번 넘어갔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잘못하면 제2, 제3의 환란을 겪을 근거는 아직도 있다.

위기 원인에는 기업도 책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숙한 금융 운용 때문
이었다.

환란을 당한 지난해 수출, 성장률, 물가, 실업률 모두 안정 기조였다.

경제위기라기 보다는 금융위기로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로 우리 위치와 분수에 대한 착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

분수를 지키기보다는 엄청나게 위를 지향했고 선진국에 진입한 것인양
착각했다.

지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솔선수범 해야 한다.

두번째론 우리의 능력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다시 찾아야 한다.

우리는 부존자원이 없어서 원자재를 수입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생존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1조달러 가량의 자본재를 수입했다.

이 자본재를 활용해 얼마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따라 선진국
진입이 좌우된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열심히 일하지 않아 도전감을 상실한게 사실이다.

세번째론 심화되고 있는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처해야 한다.

싸고 좋아도 못파는 시대가 올수 있다.

완제품이 안되면 부품이라도 수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네번째론 금융시스템의 구축이다.

우리나라의 주식 싯가총액은 환란전에도 1백70조원에 불과했으며 환란후
에는 60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본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엄청나게 취약하다.

이런 수준으로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과감한 금융개혁, 선진국 수준의 금융 시스템이 조속히 갖춰져야 한다.

9월말 현재 수출은 금액으로는 작년과 비슷하고 물량면에서는 20%가량
증가했다.

제품가격이 싸다고 하는데 이는 싸게 판 것이 아니라 원자재 값이 평균
35%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무역수지는 4백10억달러, 경상수지는 4백30억달러 흑자가 예상
된다.

자본재 수입이 줄어 투자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갖고 있는 시설의 가동률만 높이면 생산량을 2배이상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캐파(생산능력)를 늘리기 위한 자본재 수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수출증대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다.

조금만 지원돼도 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악조건속에서도 물량을 20%늘릴 수 있었던 것은 업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4백30억달러며 기업들의 외환 보유액도 1백30억달러에
이른다.

합치면 5백60억달러의 가용 외환보유액이 있다.

건국이래 최대 외환보유 규모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국제 차입 금리를 IMF 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과거에는 리보(영국 은행간 금리)+1~2%였는데 요즘은 평균 리보+5~6%를
물고 있다.

이같은 고금리로는 생존이 의문시된다.

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을 예로 들때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코스트의 5% 정도다.

장기적으로 볼 때 현 금리로는 어렵다.

국제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말로는 안된다.

지속적으로 국제수지 흑자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제2, 제3의 환란을 막기 위해서는 투기를 일삼는 헤지펀드에 대비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 실력은 외환보유액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적정 외환 보유고는 3개월동안 수입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그 정도로는 안된다.

1천억달러는 가져야 한다.

헤지펀드는 생산활동과는 무관하게 목적만 달성하면 빠져 나가 경제기반을
흔들고 있다.

대만, 싱가포르, 심지어는 홍콩까지도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수백개의 은행중 3~4개를 리딩뱅크로 만들어 국제금융 거래를
자유롭게 하고 나머지는 국내 금융만에만 주력케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전경련이 처음으로 자율적 구조조정을 했다.

과거 10년동안 대기업에 쏟아진 비판을 구조조정의 기본 방침으로 삼았다.

업계간 과당경쟁, 과잉.중복투자, 집중현상, 소유.경영 분리, 기업 다극화
(문어발), 책임경영 등이 비판의 소리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치는 것은 퇴출로 보면 된다.

집중현상을 없애는 방법이다.

또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책임경영을 이루고자 한다.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전문경영인제가 성공하면 전체 분위기가 잡힐 것이다.

21세기에는 전문경영인의 시대가 될 것이다.

기업 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양적 경영에서 이익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투자유치도 자동으로 유리해진다.

기업집중 문제는 퇴출로 해결할 생각이다.

각 회사별로 중점 업종을 택해 전문화해 나갈 것이다.

노사문제는 외국인들에게 너무 과대 포장돼 있다.

최근 노사협의를 보면 95% 이상의 기업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단협 협상
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있다.

노조도 과거에 비해 많이 프로화됐다.

노사문제가 앞으로 우리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치 않으며
우리나라의 노사 문제가 사업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업문제도 수출이 잘 돼 공장 가동률이 좋아지면 해결되는 것이다.

현재 2교대가 기본인데 3교대로 바꾸면 실업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끝나면 생산에서 판매로 힘을 쏟게 되고 그러면
가동률도 올라간다.

내년부터는 기업 고용이 늘어나 (실업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대우도 내년부터 정리해고 보다는 (인력이) 늘어나는 쪽으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본다.

자신감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잘못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없다.

기술개발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그동안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주력해
기술개발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현재 우리 기술로 세계 거래량의 80%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익 중심의 경영이 되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도 자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언론이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 정리=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