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민 < 본사 논설실장 >

오는 2001년부터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통합, 일원화하려는 "국민
건강보험법"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반대론자들은 의료보험통합이 지역조합의 적자를 직장조합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통합이 이루어지면 소득이 드러나 의료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온 봉급생활자
들의 보험료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는 반면 소득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보험료도 제대로 내지 않던 자영업자 등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드는
꼴이 빚어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작년중 정부에서 1조5백억원을 지원했는데도 상당수가 적자결산을 한 지역
의보와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직장의보가 살림을 합치게 되면 아무래도 손해
볼 쪽은 지역의보일게 자명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직장의보쪽의 통합반대론은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통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의보로 인한 근로자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자영업자 세 사람중 두 사람은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형편이고 보면
지역의보 적자는 백년하청일 수 밖에 없다.

결국 그 적자는 세금으로 내든, 의보료로 내든 근로자들이 상당몫을 떠안는
것은 불가피하다.

직장의보는 제쳐두고 지역의보에 대해서만 끝없이 재정지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냉정히 따지면 문제고, 어쩌면 바로 그래서 의보통합 구상이 나왔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제의 발단은 도무지 재정자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역의보를
제도화했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저간의 경위를 따져보면 지역의보도입은 재정자립가능성에 관계없이
불가피했던 사정이 있다.

그나마 직장이라도 있는 사람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더 어려운 사람들은
그렇지도 못했던 의보도입 초기상황은 한마디로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물가통제까지 겹쳐 그나마 여유있는 사람에겐 낮은 의보수가가 적용되고
같은 치료를 받아도 직장도 없는 더 가난한 사람들에겐 비싼 요금을 적용
하는 상황, 빈자가 부자를 위해 보조금을 내는 여건이었으니까 문제가
있었다.

올들어 10인이상(1월)->5인이상(3월)->전사업장(10월)으로 고용보험을
초스피드로 확대한 것도 같은 논리를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세사업장에 다니던 근로자,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고용
보험혜택도 못받는대서야 말이 되느냐는 논리는 설득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그것이 당사자들에게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당사자들이 사회보장혜택을 받는다고 느끼기보다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규제라고 받아들인다면, 그래서 고용근로자 보고 및 보험료 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처벌"을 받아야할 범법자만 양산하는 꼴이 된다면, 누구를
위한 고용보험인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정부에서 좋은 목적으로 벌이는 일이라고 해서 다 좋을 수는 절대로 없다.

작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제외한 기준
으로 21%다.

96년의 미국(21.5%)과 비슷한 수준이고 일본(18.1%)보다는 훨씬 높다.

정부에서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겠다고 욕심을 내지 말아야한다는 의미가
담긴 숫자라고 본다.

어떤 목적이든, 또 그 경위가 어떻게 됐든간에 정부영역이 커지는 것은
결국 경제효율을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장경제와도 어긋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IMF후유증으로 정부에서 해야할 일이 늘고 그래서 영향력도 커져만 간다는
점은 정말 걱정스럽기만 하다.

경위야 어떻든 모든 은행이 정부소유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은행주 소유상한을 완화한다지만 금융구조조정에 따라 정부소유주가 90%도
넘어가게 될 것임을 감안하면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는 더욱 요원해질 게 분명
하다.

대출금의 출자전환으로 자칫 민간기업 경영권을 정부가 좌우하는 꼴이
빚어질 우려는 없는지도 의문스럽기만 하다.

이런 저런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정부 몸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작은 정부"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더욱 생각할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