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Silicon) 대공습"

미국 반도체산업이 아시아 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신흥 첨단산업기지로 부상하던 오리건주 실리콘 포리스트(forest)는
이미 초토화됐다.

미국 경쟁력의 상징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Valley)에도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실리콘 포리스트는 오리건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콜롬비아강을 따라
포틀랜드시와 유진시를 잇는 지역.

인텔 듀폰 오키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메이커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반도체 생산공장들로 거대한 숲이 형성된 것 같다고 해서 실리콘 포리스트
라 부른다.

실리콘 포리스트가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불과 3~4년전.

오리건주의 첨단산업 유치전략에 따라 파격적인 세금감면 조치가 시행
되면서부터다.

굵직한 공장들이 경쟁적으로 땅을 파고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아시아 수요감소로 잇달아 문을 닫기 시작한 것.

인텔은 20억달러짜리 공장 완공을 무기 연기했다.

코마추는 3개공장 중 2곳을 폐쇄키로 했다.

모두 1백5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건설 계획이 중단됐다.

실리콘 포리스트의 추락은 오리건주의 재정상태에서 잘 나타난다.

당초 오리건주의 올해 법인세 수입은 작년보다 12%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금상태로 가면 9%정도 줄어들게 확실하다.

지난 2분기 세입은 1억2천5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억9백만달러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첨단기지의 원조격인 실리콘 밸리도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생산하는 물량의 절반이상을 소화하던 동아시아의 경제
위기는 곧바로 실리콘 밸리에 충격파로 다가왔다.

수출감소는 또 정리해고로 이어졌다.

올초 2.3%였던 실리콘 밸리의 실업률은 이미 3.7%로 올라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실업률 5%선 돌파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기업들의 주식가격도 폭락세다.

실리콘 밸리 첨단기업들의 주가지수인 밤브레크트& 퀴스트은행의 275
기술지수는 25일 현재 7월보다 14.2%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동안 다우지수의 하락폭은 9.7%.

주가가 떨어지면서 당장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있다.

또 종업원들의 주머니도 가벼워진다.

대부분 기업들이 스톡 옵션(주식으로 주는 성과급)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