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등장했다.

지난 9월말 기준 전국의 실업자수는 1백57만7천명.

1월말의 93만4천명보다 64만명이 증가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실업자 2백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다.

1개월에 10만명 정도의 실업자들이 생기는 꼴이다.

특히 고졸 및 대졸자가 쏟아지는 내년 1.4분기에는 실업률이 최고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7조6천억원의 실업예산을 편성했다.

김대중대통령이 매주 실업현황을 챙기고 대책을 지시하는 실정이다.

실업대책의 사령탑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이기호 노동장관을 만나
관심사를 들어봤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문제를
해결하자는 EABC의 OMJ(One Million Jobs.1백만 일자리 만들기) 보고서는
시의적절한 것"이라며 "정부의 실업대책도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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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김형철 < 사회1부장 > ]


-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실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도는 실정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1백만 일자리창출을 위해 벌이고 있는 OMJ 캠페인도 국가적
인 과제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장관께서는 현재의 실업문제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우리 경제가 저성장기에 있는 상황에서 외환위기가 닥쳐 2~3%대에 있던
실업률이 6~7%선으로 치솟아 고통이 큽니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실업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환.금융위기가 극복
돼야만 합니다.

정부는 실업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인식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0조1천7백억원의 실업예산을 마련한 것은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OMJ 캠페인을 전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노동부도 이 캠페인에 적극 협조할 생각입니다"

-OMJ 보고서는 정부의 실업대책이 각 부처간,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긴밀한
연계성이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업대책의 기획.집행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실업정책과 연관돼 있어요.

따라서 단순히 실업문제만으로 콘트롤타워를 만들기보다는 경제정책을
전반적으로 조율해나가는 게 실업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실업대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중앙 지방간의
연계기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해요.

국무총리가 실업대책추진위원회를 주재하도록 하는 방안도 이런 차원에서
나온 것입니다"

-OMJ 보고서는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규제개혁과 중소기업살리기를 핵심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규제개혁이야말로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기본 여건이자 일자리창출
수단입니다.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이 절실해요.

이같은 차원에서 정부는 연말까지 1만1천여개의 규제개혁 과제중 50%인
5천개 이상의 규제를 풀 생각입니다.

규제개혁이야말로 민주주의와 함께 국가 사회발전의 철학인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기본여건이 되는 정책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용흡수력이 높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살려야만
합니다.

정부도 신용보증기금확충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덜어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1월 3천3백개에 달하던 월간 부도기업체수가 9월에 1천1백개로 줄어든
것은 이같은 실업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OMJ 보고서는 실업대책, 나아가 경제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보고서는 일자리 1백만개 창출 방법으로 규제개혁, 중소기업활성화,
노동시장 재편, 경기부양과 사회안전망구축, 적정환율 유지 등 5가지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부가 실업대책이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많은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상당부분은 이미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어요.

다만 OECD 선진국들이 고용안정인프라(구인.구직시스템 등 취업알선망)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데 반해 OMJ 보고서는 이 부분이 미흡한 것
같습니다.

정부는 금년말까지 직업안정기관을 83개에서 1백28개로 늘리고 담당인력도
1천8백여여명에서 3천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또 2개년의 중기계획을 세워 직업안정기관을 더 확충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이번 실업사태를 계기로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만드는 한편 고학력
실업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OMJ 보고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문제를 해결하자는 OMJ 보고서의
의견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전력을
다 해 나가고 있어요.

산출액 10억원당 취업되는 사람 수를 나타내는 취업계수를 비교하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쉽게 알수 있죠.

취업계수의 경우 서비스산업이 31.8인데 비해 제조업은 10.3에 불과합니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문화/관광산업 영상산업 보건의료산업 정보화산업 등
주요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해 나가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대졸예정자를 포함한 청소년 취업대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내년에 발생할 신규실업자 34만명중 20만명에 대해 현장경험습득,
취업능력제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중입니다.

먼저 기업/각종 협회/NGO 등에서 6개월과정의 현장훈련 프로그램인
인턴사원제를 운영하도록 유도해 5만~6만명의 신규졸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부동산 등기, 전자도서관, 건축물대장 데이터베이스화 등 공공부문
정보화사업을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해 1만4천명에 대해 1인당 월평균 50만원
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3만명 정도가 고용효과를 볼수 있는 정보처리사 물류관리사 선물거래사 등
미래유망직종에 대한 전문직 자격취득지원 교육과정도 운용할 계획입니다.

대학의 연구조교, 각급학교 보조교사로 1만1천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등 각종 연구소들이 앞으로 3~4년간은 고실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산업구조 변화로 고용흡수력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당분간 고실업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년 3.4분기부터는 실업률이 떨어지고 실업자수도 1백50만명대
이하의 안정추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무엇보다 구조조정을 조속히 매듭짓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늘린다는데 사업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업자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구축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8월에 이어 9월에도 실업률이 하락했다는 통계가 잘 믿겨지지 않습니다만.

"지난 9월 실업률이 떨어진 것은 공공근로사업 등의 효과가 나타난 결과
라고 할수 있어요.

공공근로사업에 27만명, 직업훈련에 23만명이 흡수됐습니다.

중소기업신용보증 확충 등의 영향을 받았고요.

그러나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5개월간은 건설현장의 일감이 떨어지는데다
대학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실업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따라서 이 기간중 청소년 취업대책과 저소득 실업자 월동대책에
비중을 둘 방침입니다"

-실업률 산출방식이나 기준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많은 것 같은데요.

"정부에서는 실업통계를 더욱 다양하고 신속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중입니다.

기존 조사항목 46가지에 구직방법, 전직사유 등 34개를 추가해 80개로
확대했어요.

앞으로도 실업통계를 계속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부가 각종 공공근로사업으로 아까운 돈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합니다.

또 단기간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어렵구요.

공공근로사업은 저소득 실직자들에 대한 생활보호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입니다.

모든 실업대책을 생산성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1조원을 투입했을 때 SOC 사업은 3만4천명의 고용효과밖에 못가져 오는
반면 공공근로사업은 27만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어요.

IBRD IMF 영국 등 외국기관이나 정부에서도 우리나라의 공공근로사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직업훈련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효과가 별로 없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는게 아닐까요.

"직업훈련은 실업기간동안 실업자가 할일 없이 노는 것을 예방합니다.

나아가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 대비한 교육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역할도 있습니다.

이에따라 정부는 올해 직업훈련인원을 당초 계획한 6만5천명보다 크게
늘려 32만명까지 확대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직업훈련이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의 신규사원채용 계획이 2백명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직업훈련
이 바로 취업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직업훈련은 경기회복후에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자기능력을 개발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해외취업 알선에는 인색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민간기관의 국외유료직업소개사업 허가를 재개해 지금까지
8개 기관에서 3백7명을 해외로 취업시켰습니다.

반면 한국국제협력단과 산업인력공단의 경우 실적이 40명선에 그치고
있어요.

정부의 해외취업알선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절차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
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외국업체가 한국인력을 채용하려면 외국의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에
구인요청서를 제출하도록 돼있습니다.

외국기업이 직접 한국의 취업알선기관과 접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절차도 간소화할 생각입니다.

해외취업 희망자에게는 어학교육비 현지숙박비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시범프로그램으로 2만명 정도가 내년에 해외에서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정리=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