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이 심해져 올해안에 해체하기로 한 주택사업공제조합의 운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됐다고 할수 있다. 잇따른 금융사고와 회원사들의 부도
때문에 주택사업공제조합이 파산위기에 몰릴 정도로 부실화됐다는 소문이
돈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
은 불안한 나머지 일부러 중도금납부를 미루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대형건설업체를 제외한 중소업체의 주택분양이 철저히 외면당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주택건설업체의 경영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경영진단 결과 자구노력만으로는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공제조합의 남은 순자산 4천8백억원외에 조합에 대출해준 국민
주택기금 3천억원과 금융기관 대출금 5천억원중 일부를 출자전환해 정부출자
기관을 만드는 방안을 관계부처 및 채권금융기관과 협의중이라고 지난 29일
밝혔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달리 대안이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미 58만여 가구에
43조9천5백여억원의 분양보증과 79만가구에 하자보수보증을 포함한 4조1천4백
여억원의 기타보증, 그리고 1조7천8백50억원의 대출보증을 서준 마당에 공제
조합이 파산할 경우 공사중인 수십만가구의 주택건설이 중단되는 등 큰 혼란
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두가지 점만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하나는 모두 1천4백50개 중소주택건설사들이 출자해 자산규모가 3조4천억원
이었던 공제조합이 출범한지 불과 몇년만에 2조9천2백억원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해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건교부는
공제조합의 부실자산을 정확히 산정해 감자처리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곳은 바로 건교부 자신이다.

공제조합은 처음부터 부실의 소지가 많았다. 한 예로 계좌당 1백만원씩
출자약정을 한뒤 출자금액의 두배까지 대출보증을 받았는데 그나마 실제
납입금액은 출자약정금액의 10%에 불과해 엄청난 특혜를 누린 셈이다.
게다가 초기에는 근무기강이나 내부통제마저 엉망이어서 대형 금융사고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그런데도 당연직 운영위원장 및 당연직 위원으로
공제조합운영을 감독해야할 건교부 관료들이 정치권을 등에 업은 건설업자
들에게 휘둘려 감독을 사실상 포기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하나는 많은 정부부처들이 틈만 나면 금융업무에 끼여들려고 하는
점이다. 건교부만 해도 국민주택기금을 바탕으로 주택금융공사설립을
끈질기게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옳지 않다는 것은 허술한 금융기관
감독이 국민경제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일깨워준 IMF사태로 더욱
분명해졌다. 주택공제조합도 실질적인 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앞으로는 건교부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1일자 ).